호텔리어가 제조업계로 간 까닭은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10.09.27 09:24

'직장 내 행복 설계사' 박지영 LG디스플레이 즐거운직장팀장

↑박지영 LG디스플레이 즐거운직장팀장.
"모든 사원들이 월요일 아침 눈떴을 때 '땡큐 갓 잇츠 먼데이(TGIM)'를 외칠 수 있도록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박지영 LG디스플레이 즐거운 직장팀장(37)은 회사내 행복 설계사로 통한다.

그가 이끌고 있는 즐거운 직장팀은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라'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의 특명에 따라 지난 2008년 신설됐다. 파주, 구미 사업장의 사원만족팀과 연계해 임직원들이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꾸미는 일이 이 팀에 내려진 미션이다.

사실 그는 베테랑급 호텔리어 출신이다. 2008년 LG디스플레이 합류하기 전 미국 메리어트 호텔, 홍콩 리츠칼튼, 서울 롯데호텔 등 국내외 유명 호텔에서 10여년 넘게 경력을 쌓았다.

다녀간 서비스 업종에서 쌓아온 전문 노하우와 여성만의 섬세한 감성 리더십이 그가 이곳 직장 행복 설계사로 전격 영입된 이유다.

외부 고객들을 상대하는 호텔리어와 내부 직원들을 만족시키는 역할은 엄연히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박 팀장은 "내부 고객(임직원)들의 만족없이 외부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서비스 업종의 불문율"이라며 "무엇보다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상대했던 경험과 작은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촛불 위치 등 미세한 부분까지도 일일이 챙겨야했던 경험은 이곳 업무를 진행하는데 적잖은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녹아든 그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은 벌써부터 임직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뿐 아니라 자녀, 부모, 배우자 등 임직원 가족 구성원들을 위한 맞춤형 케어 프로그램이다. 사업장별로 임직원 부모님들에게는 효도관광을, 중고생 자녀들에게는 대학탐방과 입시특강을 진행했다. 초등학생 또는 유아 자녀들을 위한 임직원 교육 특강도 열었다. 매년 5월 개최되는 사업장별 사원 가족 한마당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박 팀장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고 싶지만 잘 안되고 이유가 사원 본인보다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며 "회사가 구성원 가족까지 직접 챙김으로써 임직원들의 걱정을 덜고 회사에 대한 자긍심까지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획했다"고 밝혔다.

사원 본인들에 프로그램도 있다. 첫 임신한 직원들을 위한 퍼스트 베이피 케어 프로그램과 기러기 아빠들을 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 사내 결혼 대상자들을 위한 웨딩카 서비스도 제공한다. 심지어는 미혼남녀를 위한 미팅 프로그램까지 있다. 지난해 구미사업장 남자 직원들과 지역 은행 여직원간 단체 미팅을 주선해 실제 커플로 이어진 성과(?)는 아직까지도 사내에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직장 행복 설계'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단계다. 직원들의 애로사항이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마다 각 사업장별 사원만족팀과 화상회의를 갖는다. 180명의 국내외 사업장 조이플멤버(조직문화 담당자)들과도 매년 2회씩 워크숍을 개최한다. 오는 10월에는 곤지암에서 (가칭)조이플 워크플레이스 엑스포를 열 계획이다. 조이플멤버에게 취합된 각 사업부 및 사업장내 현장의 아이디어와 사례들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모든 직원들이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을때 설레임을 가질 수 있는 직장문화를 완성시키는 것. 이를 통해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베스트 1위에 올려놓는 것이 제조업으로 건너온 호텔리어의 꿈이다.

세련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화통한 그의 웃음소리가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쉴새없이 터져나왔다. "박팀장 웃음소리 때문에 회의가 안돼~." 결국 주변 동료사원들의 시샘어린 질타(?)로 이어졌다.

"내 자신이 즐겁지 않으면서 남을 즐겁게 할 수는 없지요. 우리 팀은 회사내 가장 시끄러운 부서로 소문나 있죠.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 첫 출발점 아닐까요?" 박 팀장의 웃음소리가 특별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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