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격변 10개월'..허와 실은?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0.09.22 14:50
지난해 12월 한국전력공사 컨소시엄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착공식이 1년 만인 올해 말로 잡히면서, 한국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착공식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부처 장관, 참여기업 최고경영진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1년 전 역사적인 수주에 대한 '감격'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UAE원전계약 1주년'을 2개월가량 앞두고, 정부도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원전이 이제는 한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 주력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한 '변화'에 고무된 모습이다.

최근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국 기자들을 신뢰하게 된 계기는 무려 1개월짜리 엠바고(시한부 보도유예)가 철저히 지켜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경, 정부 출입기자들은 한국형 원전의 해외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당국자로부터 전해 들었다. 다음 달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원전수출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있다는 대형 뉴스였지만, 당시 말 그대로 '가능성'으로만 여겨졌다.

'안전'을 제외하면 그 당시까지만 해도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낮았고, 우리가 개발한 원전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말 이 대통령의 UAE 현지 출장길에 따라나섰던 기자들은 "비행기 속에 주요 인사들이 있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뭔가 큰 일이 성사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UAE원전수주 성공 후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형 원전의 해외진출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원전 도입을 검토하는 여러 나라들이 한국 원전을 '쇼핑 리스트'에 넣기 시작했다. 터키, 요르단, 베트남, 필리핀,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과의 원전 협력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도 '2번째' 원전수출지를 확정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본격적인 원전 수출을 위한 진용도 갖췄다. 지식경제부에 '원전수출진흥과'를 별도로 갖췄고, 최근에는 한전에 부사장 직할 '원전수출본부'를 구성했다. 원전수출의 주체문제를 놓고 한전-한국수력원자력 간 벌였던 신경전도 이제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5월, 요르단 원전 계약을 한전 대신 프랑스 아레바와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컨소시엄이 따내면서 잠시 분위기가 냉각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 당시 김영학 지식경제부 차관은 "요르단은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흥미가 없다"며 "동시에 지을 수 있는 원전 건설능력이 한정된 만큼, 중요한 계약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청와대에서 터키 정부와 원전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민간 차원의 협력에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협력이 시작됐다는 의미로, 터키 원전 수주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또, 지난 16일에는 아르헨티나 측과 '정부간 원전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하고, 한국형 원전의 남미대륙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전력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측은 내년 상반기 중 경수로 방식의 원전 1기를 발주할 예정이다.

만약, 한국이 터키에 이어 아르헨티나 원전 수주에 성공할 경우, '중동-유럽-남미' 대륙에 '한국형 원전'을 건설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터키는 원전 도입을 위한 사회적·제도적 기반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는 평가다. 정부가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원전폐기물 처리, 원전운영 리스크 등은 원전 건설에 앞서 반드시 선결돼야 할 '변수'다.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 측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 방식으로 거래키로 한 만큼, 저렴한 가격과 함께 얼마나 많은 '선물'을 줄 것인가가 계약 성사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재정여건이 취약한 아르헨티나에 원전을 짓기 위해서는 원전 건설자가 부담해야 할 재무적 리스크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원전 핵심기술을 '국산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최근 원전의 두뇌·신경망 격인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국산화에 성공했다. 독자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미국, 프랑스, 일본 등 3개국에 불과한 첨단 기술이다.

하지만, 아직 3대 핵심기술 중 2개인 '냉각재펌프(RCP)', '핵심설계코드'는 국산화시키지 못해 진정한 원전기술 자립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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