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현정은 회장의 '뚝심경영'…그 끝은?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10.09.19 17:30

취임 7년..영권 분쟁·대북사업 이어 재무약정까지 원칙 충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이 모처럼 웃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이하 재무약정) 체결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공동 제재를 결정한 채권은행들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지난 17일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날 현대그룹의 한 임원은 "현 회장이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올해 취임 7년째를 맞은 현 회장에게 최근 2년은 가장 힘든 시기라는 게 주변의 말이다. 현 회장은 2003년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3자녀를 둔 가정주부에서 그룹 총수로 변신했다. 현 회장은 취임 후 '시숙부의 난' '시동생의 난' 등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지만 '뚝심'으로 버텨냈다.

하지만 그룹의 상징적인 대북사업이 2년 넘게 현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11일 남한 관광객이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중단됐다. 지난해 현 회장이 직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관광재개의 물꼬를 틔웠으나 남북한 당국의 시각차로 대북 관광사업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기에 올 초 재무약정 체결을 놓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게 됐다. 채권단은 그룹 총매출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현대상선이 지난해 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자 현대그룹에 재무약정 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최악의 실적을 보인 작년을 기준으로 약정을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거부했다. 이에 채권단은 신규여신 중단, 만기여신 회수 등 압박을 가했다.

이에 현 회장은 외로운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대출금 75억원을 조기에 상환하며 주채권은행 교체를 요구했다. 또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고 있는 현대상선을 부실기업으로 몰아 극단적 제재조치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원에 채권단의 효력 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돈줄을 쥐고 있는 은행을 상대로 대기업이 법정 다툼까지 벌인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비웃듯 현 회장은 또 한 번 승리를 얻었다. 물론 법원 결정이 현대그룹이 당면한 문제들을 모두 해소해 준 것은 아니지만 현 회장의 '뚝심'에 대한 임직원들의 기대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현대그룹이 재무약정 체결에 반발했던 이유도 곧 시작되는 현대건설 인수전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과거 현대그룹의 모태가 됐던 상징적인 회사. 현대그룹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을 고 정몽헌 회장에게 물려준 만큼 자신에게 정통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현 회장도 2006년부터 매 신년사에서 현대건설 인수를 거론할 정도로 강한 인수 의지를 밝혀왔다.

재계 일각에선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차 그룹의 일방적 승리를 예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임직원들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말한다. 현 회장 '뚝심'에 대한 믿음이다.

현 회장은 임원들에게 "명예회장님(고 정주영 회장)도 예전에 고난을 겪을 때마다 길이 없으면 다른 길을 찾아보고 그래도 길이 없으면 길을 새로 만들라고 했다"고 격려하고 있다고 한다. 현 회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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