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 증권·운용사에 8.5조 몰아줬다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전병윤 기자 | 2010.09.20 07:50

보유현금 늘자 금융거래 전년비 64% 증가…삼성그룹 4.5조 최대

경기회복에 따른 실적호조로 수십조원의 현금을 쌓아둔 삼성, 현대차 등 그룹들이 올 들어 계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막대한 자금을 몰아주며 영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재벌계 증권 및 운용사가 그룹의 대규모 지원으로 손쉽게 돈을 벌고 있는 것을 부러워하면서도 '계열사 밀어주기'가 시장의 공정성을 흐리고 나아가 국내 증권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삼성,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 SK, GS, 한화, 동양, 동부 등 9개 그룹은 계열 증권사 및 운용사와 총 8조5045억원(투자일임 한도설정 제외)의 금융거래(채권 발행, 펀드 가입 등)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64.4%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삼성,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 SK, GS, LS, 한화, 동양 등 9개 그룹이 계열 증권사 및 운용사와 총 5조1724억원의 금융거래를 했다.

이처럼 금융거래가 크게 증가한 것은 경기회복으로 주요 그룹들의 현금성 자산이 크게 증가한데다 금융위기 완화로 자금운용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현금성 자산은 총 52조1461억원으로 전년대비 19% 증가했다.

업계관계자는 “경기회복으로 그룹사들의 보유현금이 늘어나면서 계열 증권사와 운용사에 대한 영업지원도 확대되고 있다”며 “그룹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이나 운용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계열 금융사의 몸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계열사를 밀어주는 게 일반적이다"고 밝혔다.

재벌그룹은 주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머니마켓펀드(MMF), 머니마켓트러스트(MMT) 등 초단기 금융투자상품에 반복 가입하는 방식으로 계열 증권사와 운용사를 지원했다. 현행법상 그룹 계열사의 금융투자상품 가입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회사채 발행도 계열 증권사가 주관업무만 담당하지 못할 뿐 인수업무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올 들어 계열 증권사 및 운용사와 가장 많은 자금을 거래한 곳은 ‘현금부자’ 삼성그룹이었다.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모바이디스플레이,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아이마켓코리아, 에이스디지텍 등 7개 계열사들이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과 거래한 금액은 전체 금융거래의 절반이 넘는 4조5321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2조3840억원) 대비 2배에 달하는 규모로 삼성전자 한 곳에서만 3조500억원의 금융거래가 발생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펀드나 MMF에 가입할때는 판매사는 삼성증권,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을 주로 이용했다.

다음은 현대차그룹이 차지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11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올 들어 HMC투자증권과 총 1조3446억원의 금융거래를 했다. 이 역시 전년동기(54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그룹(3299억원)과 현대그룹(2700억원), SK그룹(7879억원)은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 현대증권, SK증권과의 금융거래 규모가 작년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업황 악화 등으로 그룹내 자금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부하이텍을 중심으로 재무 리스크가 불거진 동부그룹은 그룹사중 금융거래 규모가 가장 작았다. 동부건설이 계열사인 동부증권을 통해 1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그쳤다.

이밖에 동양그룹-동양종금증권 5940억원, 한화그룹-한화증권 3400억원, GS그룹-GS자산운용 2960억원의 금융거래를 했다.

증권사 한 대표이사는 “금융산업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계열사 밀어주기는 점점 심화되고 고착화되는 분위기”라며 “일방적인 밀어주기는 해당 증권사나 운용사의 경쟁력은 물론 국내 증권산업의 경쟁력이나 혁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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