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전KB국민은행장 vs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오상헌 기자 | 2010.09.17 13:46

'권력암투'에 '금융사고'까지···위기의 은행권 사기저하

은행권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은행산업의 마지막 보루는 '신뢰'다. 그런데 그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KB금융지주 사태로 금융권 전체가 들썩였던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신한금융지주에서 예상치 못한 대형사건이 또 발생해 온 나라를 들쑤셔 놓았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금융사고도 문제다. 기형적 지배구조가 낳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내부 조정능력과 통제 시스템 부재가 은행권 전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낳고 있다.

◇ 'CEO해저드' 신뢰의 위기, KB·신한 사태=KB와 신한 사태는 여러모로 닮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두 사안 모두 경영진들이 '권력'에 취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주가치'나 '고객신뢰'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과 라응찬 신한금융회장은 조직에서 '황제경영'을 폈다. 명실공히 1인자였다. 주주들로부터 막강한 영향력을 위임받았다. 이사회도 장악했다. 강 전 행장은 회장직을 노렸지만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관치금융'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강 전 행장은 결국 스스로 옷을 벗고 불명예 퇴진했다.

라 회장은 4연임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합리적인 후계 구도를 짜는 데는 실패했다. 조정력을 발휘하기 보단 회장 승계 1순위였던 신상훈 사장과 '권력암투'로 비칠 정도의 갈등을 빚고 있다. 자신이 일궈 온 '신한 브랜드'를 스스로 깎아내리곤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두 사건의 본질 중 하나는 국내 은행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낳은 CEO들의 권력 남용, 즉 'CEO해저드'"라며 "은행은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조직이지만 사태 해결 과정에서 내부 조정능력과 통제시스템도 거의 작동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 믿고 있던 은행원이···빈발하는 '금융사고'= 은행에서 일어나선 안 될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불러 온 경남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사고가 대표적이다. 경남은행 사례는 은행 내부 통제시스템이 허울뿐임을 드러냈다.

영업점 간부가 2년이 넘도록 은행법인 인감을 도용했다. 수천억원대 가짜 지급보증서가 발급됐다. 이런 사실을 금융당국도 몰랐고 은행도 몰랐다. 경남은행은 결국 중징계를 받았다. 은행장도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에 처해졌다.

몇몇 은행에선 고객과의 '신뢰'가 생명인 프라이빗뱅크(PB) 관련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달 한 은행 PB센터 직원이 초우량고객(VVIP)의 금융거래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다른 은행들에선 PB가 고객 돈을 임의로 인출해 유용한 사고가 연이어 벌어지기도 했다. 모두 은행들이 공들여 쌓은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한국 금융이 외환위기 이전으로 후퇴했다"는 자조가 쏟아진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조금씩 회복되고 있던 뱅크(은행)와 뱅커(은행원)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가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은행권 전체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은행산업은 국가 경제의 바탕이다. 은행이 투명하게 경영되고 돈이 원활하게 돌아야 나라 경제도 잘 굴러간다. 은행 위기는 곧 국가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굵직굵직한 민영화를 앞두고 금융 산업 발전을 부르짖던 은행업계가 심각한 위기 국면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의 제도적 보완과 함께 은행들도 서둘러 흐트러진 통제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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