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회장의 "창립이래 최대 위기"가 뜻하는 것은?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정진우 기자 | 2010.09.16 18:34

신한지주, 대국민 사과문 게재 등 안팎 다스리기 총력

"저를 포함한 전 경영진은 현 상황을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 국면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고객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대국민 사과문).

라응찬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 회장이 16일 신상훈 사장의 직무정지를 결정한 이사회(14일 개최)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직원들에는 사내 인트라넷의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고객들에는 내일(17일)자 주요 신문 1면의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서다.

라 회장은 대고객 사과문에서 "신한은 깨끗하고 공정한 은행, 고객을 섬기는 은행을 신념으로 출범했다"며 "이번 사태로 고객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라 회장은 "그룹의 최고 경영진으로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금융회사 본연의 원칙이 더욱 예외 없이 지켜지도록 하며 믿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에는 '자긍심에 상처를 입은 직원 여러분들의 모습에 최고경영자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사과와 '범 그룹 차원에서 강도 높은 경영 정상화 플랜을 실행할 것'이란 채찍이 동시에 담겼다.

라 회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창업의 원칙이 예외 없이 지켜지도록 하여 훼손된 신한의 가치를 복원시킬 것"이라며 "신한금융그룹의 모든 발자취마다 한마음으로 힘을 모았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단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번에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를 찾는 고객들이 어떤 불편도 느끼지 않도록 정성을 다 해 달라, 저도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이날 오전 행 내 방송을 통해 신 사장을 고소한 이번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이 행장은 "이 문제를 그냥 덮고만 가는 것은 은행과 후배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당장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오로지 신한은행의 창업정신과 미래, 무엇보다 은행에 인생을 걸고 있는 직원들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또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은행의 백년대계를 위해 부정과 부도덕한 행위를 뿌리 뽑고자 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날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3자 책임론'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비리 혐의로 고소당한 신 사장은 물론, 라 회장과 이백순 행장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문제제기다.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이사회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태가 수습되면 관련 당사자 모두는 검찰 수사결과와 관계없이 신한조직과 후배를 위한다는 심정으로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커다란 용단(勇斷)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사실상의 3자 퇴진 요구로도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노조는 이 행장의 행 내 방송에 대해서는 "은행장 특별 담화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 더 이상 자기 합리화를 하지 말라"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노조의 비상대책위원회 참여도 요구했다.

라 회장과 이 행장이 연달아 직원 다독이기에 나섰지만 직원들의 상처가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날 행장의 사과방송을 들은 직원들 일부는 "이미 언론을 통해 다 나온 얘기…누가 잘못했는지 말하고 싶지도 않다"는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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