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진정서 묵살' 의혹 황 법무차관 조사

검사들의 향응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민경식 특별검사팀은 건설업자 정모(52)씨의 진정서를 묵살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황희철 법무부차관을 지난 12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회의실에서 조사했다고 14일 밝혔다.

황 차관은 올해 초 정씨로부터 "검사 100여명에게 향응을 접대했다"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받은 뒤 제대로 진상을 파악하지 않고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례적으로 민 특검이 직접 황 차관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고 황 차관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전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12일 오후 4시쯤 황 차관을 소환해 민 특검이 3시간가량 직접 조사했다"며 "황 차관에게 진정서 묵살 경위와 이유 등을 추궁했으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황 차관을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배경에 대해 "황 차관이 제3의 장소를 원했다"며 "민 특검이 직접 조사한 것은 법무부차관에 대한 예우와 사실관계 규명을 향한 특검의 의지 표명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황 차관은 이번 조사에서 "정씨가 보낸 것은 진정서가 아니라 사적인 편지에 불과해 법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차관은 또 1980년대 말 진주지청 재직 당시 정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씨와 아는 사이는 맞지만 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고 승진 당시 등에 몇 차례 축하한다는 전화만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황 차관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준 특검보는 "조사내용을 토대로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며 "황 차관을 추가로 다시 소환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업자로부터 사건 관련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속한 전직 서울고검 수사관 서모·강모씨를 15일 기소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서씨 등에게 대검찰청 감찰부에 접수된 비위 진정서를 복사해 넘겨준 전 감찰부 직원 김모씨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기소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