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2년] 소리없는 환율전쟁..."더 내려 더 내려"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 2010.09.13 16:42

뒤바뀐 선진-신흥 질서 글로벌 임밸런스 오히려 강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권이 위기의 한 요인으로 지적했던 글로벌 임밸런스(무역 불균형)는 여전하다. 오히려 뒤바뀐 질서로 인해 강화된 양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은 소리없는 통화 전쟁에 들어갔다. 선진 경제권의 버팀목이던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제가 흔들리고 무역역조를 바로잡기 위한 환율 다툼이 치열하다.
 
◇기축통화 달러 흔들...장기적 약세 불가피="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심각한 금융 위기"(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를 거치면서 시장은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렸다.
 
달러는 금융위기로 기축통화로서의 명성에 흠집은 났지만 안전자산으로서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3월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89.6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안전자산이라도 펀더멘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더블딥 우려가 나오며 달러 강세 또한 주춤해진 양상이다. 강달러를 부추긴 유럽발 위기가 완화됐던 지난 7월이후 달러는 9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세계 경제의 다극화 추세를 고려하면 그간 호황기를 누린 선진국 통화의 약세는 당연한 결과다. 세계 경제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제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GDP 기준)은 2000년 23.5%에서 2008년 20.6%로 축소됐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비중은 7.2%에서 11.4%로 확대됐다. 게다가 외환보유액 다각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신흥국 통화 부상...위안, 다극화 주도=선진국 통화들의 위상이 흔들린 것과 달리 신흥국 통화는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강화된 펀더멘털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위안화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모색하던 중국에게 서구 금융 시스템의 균열을 부른 금융위기는 절호의 기회이다. 주로 국경거래 수준에 머물던 위안화는 지난 6월 관리변동환율제 복귀를 계기로 세계 공략에 본격 나섰다. 8월 위안표시 채권시장 개방, 해외 금융권 위안 결제 확대 등 위안 국제화 조치들을 연달아 발표했다. 물론 위안이 당장 달러의 지위를 대체할 것으로는 아무도 예견하지 않는다. 다만 위안 등 대체통화들이 부상해 세계 통화시스템을 기존의 달러 독점체제에서 보다 공정한 다극화체제로 만드는 것이 중국의 목표이다.
 
◇"더 내려 더 내려", 각국 통화약세 경쟁= 선진국과 신흥국간 통화 패권다툼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에는 각국의 통화 약세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주춤하자 각국은 통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약세 경쟁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더블딥 우려가 커지자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하는 등 달러화 약세로 경상수지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일본 역시 이례적으로 외한시장에 개입하는 등 엔고 현상을 막기 위해 분주하며, 중국도 위안화 절상 속도를 자제하며 수출업계에 미치는 타격을 줄이는 데 고심하고 있다.
 
위안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의 강세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임밸런스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위안화와 아시아 통화의 평가 절상은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각국이 자국 경기회복을 위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경쟁이 확산될 경우 세계 경기회복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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