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못보게 문 걸어잠그고…'전세난'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장시복 기자, 송충현 기자 | 2010.09.14 08:14

2년전 85㎡ '1억5000만원→2억원' 껑충…전세난 확산에 정부·지자체 대책 없어

#사례1='딩동 딩동' 벨을 눌렀지만 현관 안쪽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다. 수차례 더 벨을 눌렀지만 마찬가지다. 집 안에 인기척이 없자 권모씨(53·여)는 문을 두드렸다.

"집주인이에요. 문 좀 열어보세요." 그제야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세입자 박모씨(51)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허허 이것 참 죄송합니다."

경기 성남시 하대원동의 아파트 소유자 권씨는 며칠 전 공인중개업소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세입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헛걸음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생겨 해당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 권씨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세입자 박씨는 이미 3개월 전 계약기간이 끝난 상태다.

직접 집을 찾은 권씨는 박씨에게 사정을 물었다. "항상 집에 계신다고 해서 열쇠도 부동산에 따로 안 맡겼는데 문을 안 열어주시면 어떡해요."

박씨는 난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도 주변으로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요. 당장 5000만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습니다. 사정 좀 봐주십시오."

박씨는 2년 전 권씨와 전용 85㎡ 아파트를 1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현재 같은 단지 비슷한 층수의 전셋값은 1억9000만원 선. 그리고 이달들어 1000만원이 더 오른 2억원짜리 전세가 등장했다.

#사례2="아줌마 진짜 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사정 좀 봐주시면 안돼요." "학생 사정 딱한 건 알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어. 미안하게 됐네."

대구에서 올라와 서울서 대학생활을 하는 김모씨(28)는 전세와 하숙을 동시에 놓는 집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4000만원이라는 전세금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다달이 월세를 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3년째 거주하고 있는 것.


하숙집을 겸한 집이라 김씨는 매일 아침밥을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먹는다. 요즘들어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 탓에 매일 아침 식탁이 불편하다. "학생, 요즘 전세가격이 많이 올랐어. 주변에는 1000(만원)씩 올린 데도 있더라고. 그래서 그러는데 500이라도 더 올려줄 수 있나. 아니면 월세로 돌리고."

김씨는 밥이 목에 걸리는 느낌이었다. 아직 취업을 못해 소득이 없는 그에게는 모아둔 돈도, 월 40만원을 부담할 능력도 없다. 결국 김씨는 월세를 내는 기숙사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학교에서 운영하는 월 13만원짜리 방이 있어 알고보고 있는 중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으로 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거래 활성화를 유도한 정부의 8·29 대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는데다 가을 이사철마저 겹치며 '전세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전셋값을 잡겠다며 발표한 '9·14 전세가격 안정화대책도 1년이 지났지만 효과가 없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전세난과 관련한 추가대책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8·29대책 때 저소득층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확대와 대출기간 연장 등 관련대책을 시행, 더 이상의 대책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추가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가 대책을 마련,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세난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급 상황과 주택시장을 면밀히 파악해 서민위주의 장단기 전세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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