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신뢰의 위기

더벨 한희연 기자 | 2010.09.10 07:10

[BOK Watch]인상할 듯 말해놓고 동결..소통의 실패

더벨|이 기사는 09월09일(20:4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답답하다"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던 쪽이나 동결을 예상했던 쪽이나 9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를 지켜 본 시장 참가자들의 소감은 다르지 않았다.

금리를 동결한다는 결정은 내렸지만 김중수 총재는 그 배경을 명쾌하게 설명해 내지 못했다.

총재가 본 최근의 국내외 경제는, 선진국 경제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수는 있지만 더블딥 우려는 없고, 국내 경제는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할 것이며 향후 물가상승압력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에서 이제 막 시작한 정상화의 걸음을 멈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총재는 동결의 배경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 "여러가지 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그러나 정작 금융시장 참여자들에게 최대의 불확실성으로 떠오른 것은 이제 통화정책이 돼 버렸다. 시그널을 충분히 주겠다고 약속하더니, 마치 금리를 올릴 것 같은 발언들을 쏟아낸 다음 동결 결정을 내리는 중앙은행을 어찌 해석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말 못할 동결의 이유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금통위가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기준금리를 결정했다는 시각이다. 평소에 총재가 하는 말과 금통위에서 총재가 하는 말이 다름을 꼬집어 '통화정책 노이즈(noise)'라는 표현을 동원한 애널리스트도 있었다. 이정도면 한국은행은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설마 이달에는 올리겠지'라는 기대가 빗나가자 BOK Watcher들은 즉각 전망 수정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서둘러 기준금리를 조정할 생각이 전혀 없고, 약간의 리스크만 부각이 돼도 쉽게 인상의지를 접을 자세(?)가 돼 있으니 올해 남은 기간에 잘해야 한번 정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가 됐다.


만약 이날 금리를 인상했다고 해도 시장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단기금리는 어느정도 금리인상을 반영해 놓았고 장기금리는 금통위라는 불확실한 이벤트만 넘기면 2004년 12월 '금통위의 반란'이 만들어 냈던 사상 최저수준의 금리(3.24%)에 도전할 태세였다. 달라진 것은 기준금리 동결로 단기금리마저 그동안 반영해 왔던 인상을 모두 토해냈다는 정도...

마침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는 더블 딥 우려가 나오고 다시금 대규모 양적완화정책을 동원할 태세.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 비해 신용등급이 높은데 금리마저 높다보니 꾸준히 유입되는 외국인 채권자금. 중앙은행 빼고는 장기금리의 하락을 막을 방해꾼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은 중앙은행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금통위가 지난 7월 첫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그 이후 정상적인 보폭으로 완화의 폭을 줄여 나갈 것이라고 생각할만한 비장함을 총재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금리인상이 매우 천천히 이루어질 수 밖에 없음을 시장은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다만 몇 번 안 되는 인상중의 한번이 9월에 있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을 뿐이고, 금통위가 시장이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금리인상에 신중하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있다. 이정도 대외적인 불확실성에 겁을 먹는 금통위라면 미국 경제가 조금 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을 경우, 아예 금리 정상화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김총재의 아래 발언은 마치 한은이 선언한 금리정상화에 나선통화정책 기조변화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스스로 인정하는 듯하다.

"기조는 소위말해서 성장을 위해서 금융완화의 그런 기조는 가지고 있되 그러나 정상화방향으로는 간다 이런 것은 이미 기조가 정해진 것 입니다. 그래서 그 타이밍을 언제 보느냐 하는 것인데 그 타이밍은, 결정은 저희가 매달매달하기 때문에 당시의 대내외여건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러나 가는 것은 소위 경로는 간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상으로 더 자세하게 언제 어느 때 어떻게 일어날 것이냐를 갖다가 전달하기는 굉장히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베스트 클릭

  1. 1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2. 2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3. 3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4. 4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5. 5 "파리 반값, 화장품 너무 싸"…중국인 북적대던 명동, 확 달라졌다[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