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잘 나갈 땐 '신한 맨', 어려울 땐 나 몰라?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09.08 11:08

그 많던 신한맨들은 어디에?

'잘나갈 땐 신한맨, 어려울 땐 나 몰라?'

요즘 금융계에선 '신한 맨'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내부 핵심 임직원들이 몸을 바짝 낮추고 있는 탓입니다.

고위 임원들은 공식석상에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가 하면 스스로 나서 이번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신한의 전통이자 자랑거리였던 '주인정신'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평가입니다.

과거엔 어땠을까요. 은행이나 그룹 차원에서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 빨리 수습하려고 먼저 나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너'와 '나'를 구분 짓지 않고 '신한 맨'이라는 틀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았죠. 그게 신한의 장점이자 고유문화였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누구 하나 책임지거나 잘못을 고백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모든 은행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아무래도 수뇌부와 관련된 일이어서 그런지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남 출신의 회장과 호남 출신의 사장이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아직 교통정리가 덜 된 것 아니냐"며 "이번 문제가 해결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 아닌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신한지주의 생각은 다릅니다. 일단 시간이 걸리는 법적인 문제인데다 현안인 이사회 등 구체적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인 셈이죠.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무슨 말이 필요 하겠냐"며 "일단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냐"고 귀띔했습니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적극 나설 수 있는 게 전혀 없다"며 "우리도 사실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고 정보를 얻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어느 것 하나 정확히 결정된 것도, 명확히 나온 것도 없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조용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태도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책임지거나 해결하려는 사람 없이 이번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조직은 그만큼 망가질 것입니다.

위기는 언제나 찾아오는 불청객(不請客)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위기를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위기를 잘 이겨내려면 위기 초기, 관련된 정보가 없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유효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정보가 흘러야 근거 없는 루머가 잦아들고, 그래야 위기는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위기를 이겨낼 정보가 흐르려면 주인정신을 가진 신한 맨들이 나서야 합니다. "성층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서 나는 어쩔 수 없다"는 '수수방관식 자포자기'가 계속 이어질수록 신한의 명성과 브랜드 가치는 떨어집니다.

고객의 신뢰가 생명인 금융회사는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잃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신한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비단 저만의 기우(杞憂)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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