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내 시공사 뽑아라" 분주한 재개발·재건축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10.09.09 15:08

내달 '공공관리제' 피하려 벼락치기 시공사 선정… 졸속선정·과열경쟁 등 부작용 우려

↑ 2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여는 흑석3구역에 한 건설사의 홍보전단지가 붙어있다. 10일 입찰을 마감하는 이곳에는 벌써부터 대형 건설사 5곳이 홍보관을 설치하는 등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종전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서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바뀐 공공관리제 시공사 선정기준 시행시기가 다음달로 임박하면서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으로 분주하다.

공공관리제를 피하기 위해 벼락치기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곳도 많아 시공사 졸속선정, 건설사 과열경쟁 등의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20여 곳에 달한다. 추석연휴 전인 이번 주말부터 총회가 시작돼 마지막 주에는 흑석, 장위뉴타운 등 5곳에서 줄줄이 총회가 예정됐다.

각 조합들은 시일이 걸리는 시공사 선정 과정을 단축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일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낸 장위6구역은 지난 6일 현장설명회를 연데 이어 10일 입찰을 마감해 일주일 안에 총회에 필요한 단계를 마무리했다.

장위6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달 초 총회가 무산돼 바로 지명경쟁으로 재공고를 냈다"며 "입찰마감을 서두른 덕분에 이달 29일 총회를 열고 턱걸이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간에 쫓겨 시공사 선정 투표를 평일 저녁 실시하기도 한다. 지난 8일 총회를 연 신길1구역을 비롯해 삼선5구역, 흑석3구역, 장위6,8구역 등이 평일 저녁 시공사 선정 투표를 하기로 했다. 통상 조합원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주말에 총회를 열지만 제도가 시행되는 다음달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 없어서다.

이달 28일 총회를 여는 효창6구역 조합 관계자는 "2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추석연휴가 끼어있어 날짜잡기가 어렵다"며 "거주지가 지방인 조합원을 위해 주말에 투표하는 게 좋지만 시간이 촉박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자 건설사들도 시공권을 따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 벌이고 있다. 올 초 무상지분율 논란에 이어 경쟁과열 양상이 지속될 조짐이다.


지난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을 놓친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사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여서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경쟁사들끼리 미리 사업장에 진을 치고 물밑작업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중견건설사들은 공사비, 이주비 등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동부건설은 최근 아현 1-3구역 입찰제안서를 통해 공사비를 경쟁사인 현대산업개발보다 3.3㎡당 50만원 싼 3.3㎡당 344만6000원을 제시했다.

고덕주공 6단지에서 높은 무상지분율로 시공권을 따낸 두산건설은 흑석3구역에서도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는 이같은 과열 경쟁이 앞으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재개발구역 조합원은 "조합이 시간에 쫓겨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다보니 일부 반대하는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며 "평일에 시공사를 선정하면 조합원의 참석률이 저조하고 서면 투표자가 많게 돼 금품살포로 인한 조합원 표매수 등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재건축재개발연합 관계자는 "사업주수에 급급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무상지분율, 시공비를 제시한 건설사들이 어떻게 수익을 맞출지 궁금하다"며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마다 무더기 소송이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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