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사장 해임한다고? 일본신한銀(SBJ) '패닉'

머니투데이 도쿄(일본)=정진우 기자 | 2010.09.06 10:03

SBJ 설립 산파역할 신상훈 사장 배임혐의 소식에 침울한 분위기

# 지난 3일 오전 일본 도쿄 미나토구(港區) 중심가에 위치한 32층 높이의 시로야마 트러스트 타워 9층. 오는 14일 설립 1주년을 맞이하는 '일본 신한은행'(SBJ) 본점과 도쿄지점이 맞닿아 있는 곳이다.

도쿄지점 안으로 들어가자 이른 아침부터 고객들이 많았다. 주로 예금을 하러 온 사람들. 그런데 본국으로부터 날아온 날벼락 같은 소식 탓일까. 지점 분위기는 온통 침울했다.

↑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시로야마 트러스트 타워. 이 빌딩 9층에 SBJ 본점과 도쿄지점이 자리하고 있다.ⓒ정진우 기자


신상훈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 사장이 배임 혐의로 은행으로부터 고소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인지 충격에 빠진 직원들이 많았다. 도쿄지점 창구직원들은 평소처럼 묵묵히 일만 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 직원들은 물론 일본 현지 직원들도 어수선함 속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미야무라 사토루(63) SBJ 초대 행장은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열심히 일에 매진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 SBJ 도쿄 지점 내부.ⓒ정진우 기자
지점장을 비롯해 책임자급 직원들은 외부 회의와 영업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 SBJ 도쿄지점 관계자는 "직원들이 느끼는 충격은 패닉 그 자체"라며 "자기 할 일만 할 뿐 옆에 있는 직원과 별다른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재일교포 주주들을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온 이날 미야무라 사토루 행장을 비롯해 박중헌 부사장 등 SBJ 고위 관계자들은 오전부터 모두 자리를 비워 만날 수 없었다.

신한은행이 100% 출자한 SBJ의 직원들이 충격에 빠진 것은 모회사 경영진들의 안 좋은 소식이 연달아 전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SBJ 설립의 산파역할을 했던 신상훈 사장이 해임될 지도 모른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신 사장은 모두가 안된다고 생각했던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장을 지낸 신 사장이 폭넓은 일본계 인맥을 활용, 발품을 팔아가는 노력으로 아시아계 은행으로선 처음으로 현지법인화를 이뤘다는 얘기다.

SBJ가 설립되기 전까지 일본에서 현지법인 승낙을 받은 외국계 은행은 미국 씨티은행 뿐이었다. 수 십 개에 달하는 세계 유수의 외국계 은행들이 현지법인화 작업을 추진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만큼 은행 설립 절차가 까다롭다. 직원들이 신 사장 소식을 더욱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 SBJ 도쿄지점 내부.ⓒ정진우 기자
SBJ는 설립과 동시에 일본 금융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초저금리인 일본 금융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으로 큰 성과를 냈다. 수 백조 엔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장롱예금(은행에 맡기지 않고 집에 놓아둔 돈)을 SBJ가 빨아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현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 설립 6개월 만에 3198억 엔으로 수신고를 늘렸다. SBJ의 예금 실적은 해외점포 시절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2004년 477억 엔에서 2006년 509억 엔, 2008년 759억 엔에 불과했던 예금 실적을 현지법인 설립 6개월 만에 3000억 엔 이상으로 늘린 것이다.

SBJ는 현재 도쿄와 오사카 등에 본점을 비롯해 총 6개 지점을 오픈, 15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1년 새 지점이 3곳이나 더 늘었다. SBJ는 앞으로 지점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SBJ 관계자는 "앞으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직원들은 이번 일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며 "그동안 힘든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오늘의 신한은행이 된 것처럼 이번 일도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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