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 신용카드 IC칩은 '장식품’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0.09.03 09:25
"신용카드 IC칩이 무용지물인 건 다 아는 사실인데요."

신용카드사 임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 집적회로(IC)가 내장된 신용카드는 당연히 보안성이 좋을 것이라고 믿었던 터였다.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의 위·변조를 막고자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보안성이 뛰어난 IC카드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했다. 지금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IC칩이 저렴해졌지만 당시에는 IC카드로 전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당시 신용카드 한 장을 만드는데 비용은 1만원 정도(현재는 2200~3000원)로 추산되는데 이중 IC칩 값이 90%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용카드의 IC카드 보급률은 96%에 달한다.

전체 신용카드 1억910만장 중 IC카드는 1억470만장. IC칩의 가격을 최저가 수준인 2000원으로 계산한다고 해도 IC카드 전환에 든 비용은 최소 2100억원이나 되는 셈이다.

현재 IC카드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은 23%정도에 불과하다. IC카드용 단말기가 비싸다는 이유로 가맹점에서 설치를 꺼려 보급되지 않은 탓이다. 단말기의 가격은 대당 18만원 정도.


단말기 공급업체인 부가통신망(VAN) 업체나 카드사는 단말기 설치가 가맹점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IC카드 100% 전환을 적극 추진했던 금감원 역시 설치를 강요할 수 없다며 뒷짐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또 있다. IC카드용 단말기가 보급되지 않다보니 카드사들이 모두 마그네틱 겸용 IC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마그네틱 겸용이라는 것은 보안이 여전히 마그네틱카드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IC카드로만 쓰이려면 보안에 취약한 마그네틱이 사용되선 안 된다.

한국은행과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최근 2012년 9월부터 은행 자동화기기(CD/ATM)에서 마그네틱과 IC겸용 카드로 현금 인출이나 계좌 이체를 할 수 없게 하겠다고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용카드로만 쓰면 상관없지만 돈을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신용카드는 2003년부터 2000억 이상의 비용을 들여 마그네틱 겸용 IC카드로의 전환에 100% 성공했지만 이 돈이 모두 공중에 뜬 셈이다. 정말 보안이 뛰어난 IC카드로 전환되려면 이만큼의 돈이 또 들어가게 생겼다. 언젠가 소비자가 다 부담할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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