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주연 'STX유럽 성공기'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10.09.01 07:52

인수 3년만에 2분기 첫 영업이익 플러스, 'M&A의 달인' 입증

"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이 주연을 맡은 한 편의 영화 같은 3년."

3년 전 STX유럽(옛 아커야즈) 인수팀에서 핵심 멤버로 활약한 STX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STX유럽의 지난 3년을 이렇게 표현한다. 극적인 인수와 위기, 극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그만큼 드라마틱했다는 얘기다.

강덕수 회장의 '글로벌 승부수'였던 STX유럽이 긴 굴곡을 지나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거듭나고 있다. 수주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게 좋아졌고 2분기 영업이익은 인수 후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오는 10월에는 해양플랜트부문의 분리상장도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상당규모의 현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강 회장의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이 인수 3년 만에 빛을 발하는 것이다.


강 회장이 크루즈선 건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STX가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2005년. 후발주자인 STX가 조선시장에서 빨리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갖지 못한 무엇이 필요했다.

강 회장은 크루즈에서 해답을 찾았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 중 하나였던 노르웨이 아커야즈가 매몰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핵심 임원 3명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강 회장도 유럽을 넘나들며 직접 뛰었다.

극적으로 인수에 성공했지만 인수 직후부터 악재가 터지기 시작했다. 아커야즈 노조가 인수를 반대하며 발목을 잡았고 텃밭인 크루즈선시장에 한국기업의 진출을 막으려는 유럽국가들의 노골적인 방해도 계속됐다. 이듬해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까지 터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조선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총 15개에 달하는 해외 조선소 중 일부를 매각해 1조원의 현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그룹 전체의 유동성도 악화됐다.


'M&A의 달인'이라는 강 회장이 이번에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역시 강덕수"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STX유럽의 그룹 내 위상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선 수주실적 면에서 국내 STX조선해양과 중국 STX다롄조선소를 뛰어넘었다. STX유럽은 8월 말까지 크루즈선 2척을 포함해 총 31척을 수주했다. 금액으론 4조2000억원(35억2793만달러)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와 다롄 조선소를 합한 수주량은 총 40척에 2조1000억원(17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수주 척수는 STX유럽보다 많지만 금액은 절반 수준이다. STX유럽의 수주리스트에 초고가의 크루즈선이 포함된 덕분이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STX유럽의 해양플랜트부문 분리상장을 통한 현금확보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반짝 실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하반기까지 여세를 몰아 연간 실적에서 흑자전환을 보여주는 것이 1차 과제다. 명실상부한 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되기 위해서는 경영 내실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양플랜트부문 상장을 통한 자금회수는 긍정적인 요소"라며 "그러나 STX유럽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력인 크루즈선 수주 증대와 충성도 높은 고객(선주사) 확보,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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