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높은 아이가 경쟁력도 높다

0 이건희 외부필진 | 2010.09.06 10:38

이건희의 행복투자/ 도덕성과 행복의 함수

아이를 키우면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부모님들에게 묻는다면 아이가 경쟁력을 갖고 사회적으로 성공해 돈 잘 벌고 안정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유형의 대답이 대부분이다. 그럼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아이가 누리기를 원하는 것이다. 부모의 허리가 휘청하면서까지 아이에게 많은 돈을 투자해 사교육을 시키는 가정이 많은 이유도 투자한 돈을 바탕으로 공부를 잘 해 경쟁력이 갖춰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돈 잘 벌어 행복한 인생을 누리게 되는 결과가 '부모가 돈을 투자→학업성과 향상→경쟁력 향상→일류대학 입학→사회에서 성공→돈 잘 벌게 되는 것→행복한 인생' 이러한 루트로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간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도덕지수는 성공확률·행복지수와 정비례한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2008년 2.25~2.29에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제2부의 주제는 '도덕성'이다. 도덕성이 성공의 척도가 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준 프로다. 도덕지수와 경쟁력, 행복지수에 관한 새로운 심리학 연구를 다룬 최초의 프로그램으로서 도덕지수가 높으면 왜 행복해지는지를 과학으로 보여준다. 필자는 방영 당시에는 보지 못하고 나중에 500원 내고 VOD로 보았다. 이 프로그램에는 다음과 같은 해설이 나와 있다.

"도덕성과 성공 확률은 정비례할까? 대부분 너무 착하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회의적인 대답을 하겠지만, 대답은 '맞다'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도덕성은 그저 '착하다'는 것과는 좀 다른, 가치판단의 문제다. 이 가치판단이란 것이 생각보다 간단치 않아서 때로는 선의의 마음보다 지적 능력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실은 어린 시절 도덕 교과서 속 이야기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기 아이들에게 규칙을 어겨야만 성공할 수 있는 과제를 내면, 거의 모든 아이들은 규칙을 어기고 과제에 성공한다. 칭찬받고 싶어 하는 연령이기 때문이다. 도덕성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그 다음부터다. 규칙을 어긴 것이 드러났을 때 또 다른 거짓말로 넘어가는 아이와 잘못을 인정하는 아이 중 누가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될지 묻는다면, 답은 후자의 아이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가 경쟁력이 높고 행복지수가 높다'는 연구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결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도덕성 있는, 그래서 성공하고 행복을 누리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편법은커녕 불법을 저지른 결과가 드러나도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어디 있냐"는 말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도덕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을 많이 보아온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이러한 해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도덕성이 낮은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많이 본다고 도덕성이 낮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추론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비유를 하자면 음주운전을 해도 경찰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음주운전을 하면 걸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추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논리적이다. 집합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원소들에 대해 확률을 분석하지 않고 특정 원소만 보면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도덕성이 성공과 무관하다고 여기는 데에는 흔히 심리적인 오류가 개입된다. 올바른 태도로 열심히 사는 사람이 돈을 잘 벌게 되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관심이 모이지 않는다. 그러나 돈을 잘 번 사람 중에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 보이면 관심이 모인다. 또한 돈을 잘 번 사람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올바르지 못한 점이 있을 때 더욱 부각된다. 돈을 잘 번 사람들의 도덕성과 돈을 못 버는 사람들의 도덕성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면서 결론을 도출하지 않고 돈을 잘 번 사람들의 도덕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사고에서 오류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을 "그러면 못사는 사람들이면 도덕성이 낮다는 것이냐"는 식으로 반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성적과 부지런함 사이에 상관관계가 크다고 할 때에, 성적이 낮으니까 게으르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지런하지만 가정의 상황이나 기타 다른 여건상 성적이 낮은 학생이라도 성품이 부지런하다면 결국은 성적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보아야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는 못사는 사람이라도 높은 도덕성을 견지하면서 열심히 산다면 결국은 잘 살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선진국일수록 도덕성과 성공의 상관관계가 강하고 후진국일수록 약하다고 여겨진다. 우리나라가 못사는 후진국에서 출발해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는 중진국으로 도약하고, 잘사는 선진국으로 계속 나가고 있기 때문에 도덕성과 성공의 상관관계는 과거보다 현재가 더 강하며 앞으로 점점 더 강해지리라고 보아야한다. 따라서 도덕성에 대한 개념을 과거의 잣대로만 보는 것은 시대 흐름을 거꾸로 거스르는 길이다.

◆착한 아이는 참고 이겨낸다

EBS 다큐의 '도덕성'에서는 아동기에 도덕성이 형성되는 과정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초등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도덕지수를 측정하고,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와 평균적인 아이들을 가려냈다. 두 집단의 아이들이 규칙을 잘 준수하는지, 유혹을 이겨내고 자제력을 갖는지, 경쟁상황에서 분별력은 있는지 등을 지켜본 결과 도덕지수를 이루는 정서와 인지부분이 행동요인과 모두 맞아 떨어졌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깊게 생각한다면 어른들 세계에서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도덕성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위해 법과 제도를 잘 어긴다. 눈앞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유혹에 약하고 자제력이 부족한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로서, 강간범은 다른 여자를 범하고 싶을 때 자제력을 갖지 못하고 사기 치는 사람도, 거짓말하는 사람도, 남의 것을 훔치는 사람도, 어떤 욕구를 채우거나 이득을 취하고 싶어서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이나 환경을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 행복해지거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서 자제력이 필요하다.
- 자제력이 없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도덕적이지 않다.

이러한 사실들을 연결시키더라도 도덕적인 사람이 행복해지고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프로그램의 실험에서는 보통 부모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아이의 특성들도 모두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들 집단에서 나타났다. 나아가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인생에 대한 만족도나 희망, 좌절극복력, 행복지수 등이 도덕지수가 보통인 아이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10개월 밖에 안 된 아이들도 선한 존재와 악한 존재를 구별해냈다. 세그룹으로 아이들을 나누어 인형을 공격하는 모습, 보살피는 모습, 그리고 인형에 무관심한 모습을 각각 보여준 뒤 인형이 있는 방 안에 들여보내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했을 때, 아이들은 자신들이 본 화면대로 따라했다. 프로그램의 실험 결과로부터 이타성은 어떤 아이들에게나 존재하지만, 노출된 환경이나 교육을 통해 키워지거나 사장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아무래도 가정이란 환경에 가장 많은 시간 노출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학원에 가 있는 시간도 많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학교나 학원에 대한 기대는 아무래도 성적 올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아이의 인성에 앞서서 성적 올리기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언론에 공개되는 학교에 대한 평가도 성적이나 어떤 대학에 몇명이 들어갔느냐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는 현실이다.

또한 사회적인 환경 측면에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아랫물은 많은 사람들에게 흘러들지는 않고 세상에 널리 보이지 않는 편이지만, 윗물은 많은 사람들에게 흘러들며 세상에 널리 보이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가게를 하는 옆집 아저씨가 부정을 저지르거나 학벌을 위조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그 사실이 알려지고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대기업 임원, 유명 정치인, 연예인 등이 부정을 저지르거나 학벌을 위조했다면 그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의 정신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저런 사람도 그러한데 나 같은 사람이야 뭐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즉 윗물일수록 사회에 커다란 환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층에 따라서 사회적인 책무를 의식해야하는 정도가 달라져야한다.

◆도덕성이 높을수록 긍정적이다

도덕성이 높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성공하려면 좌절을 잘 극복해야하고, 도덕성이 높을수록 극복을 잘 한다는 사실로부터도 입증된다. 도덕지수에 따라서 인생관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해 테스트를 한 결과도 나와 있다. '다른 사람들이 포기하더라도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는 문항에서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의 그룹에서 더 큰 반응이 나왔다. '내 삶은 정말 좋다'는 문항에서도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의 그룹에서 더 큰 반응이 나왔다. 즉 비관적이기보다는 좀 더 낙관적인 인생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능도 노력하면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문항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다. 즉 노력에 의해 자신의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신념,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도 도덕성이 높을 때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타난다. 세상을 원망하고, 운명을 탓하고, 자신감이 없고, 이러한 것은 도덕성이 높을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갖는 것이다. '나는 매일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역시 도덕성이 높은 아이의 그룹에서 예스가 더 많이 나왔다.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이는 좌절을 극복하는 힘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도덕성이 높을수록, 똑같은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고, 노력에 의해서 앞으로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힘든 상황을 더 잘 극복해가면서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도덕성의 3대 요소로는 민감성, 판단력, 용기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자질을 갖춘 사람일수록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삶을 위해 전진해갈 확률이 높다. 더욱이 자신의 행복의 범위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타인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을 위해서도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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