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고객 잡아라" 1등 PB 성공 DNA는 무엇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10.09.01 10:05

[은행 1등 PB의 DNA]PB 성공 DNA를 찾아서

편집자주 | 자금운용에 관한 한 명의(名醫)다.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한다. 1인당 많게는 수백억 원을 굴리며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 관리를 책임진다. 금융권에서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 서비스를 제공하는 PB(Private Banker) 얘기다. 올해 초 고조됐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에 다소 꺾였다. 그리스 발 금융위기 등 숨은 복병이 등장하며 주식시장은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자산가들에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PB들은 하반기 재테크 전략을 어떻게 짜고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각 은행에서 최고의 실적을 낸 PB 점포나 PB를 찾아가 그들만의 특별한 영업 노하우를 살펴보고 1등 DNA의 비밀을 찾아본다. 연말과 내년의 투자 전략도 함께 짚어본다.

프라이빗 뱅킹(PB)은 개인고객에 금융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의 최고봉이다. 부유층 고객에 예금관리, 세무·법률 상담, 증권 및 부동산 투자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PB가 유망 직업으로 떠오른 지도 오래.

잠재 고객만 10만~14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주요 시중은행은 PB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PB를 도입한 곳은 1991년 한미은행(씨티은행으로 편입)이 처음이지만 국내 은행들이 PB 영업에 박차를 가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서다.

2002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금융사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PB영업에 대한 은행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지금은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SC제일 외환 기업 한국씨티 농협 등이 PB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과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도 PB센터 개설에 나섰다.

각 은행들은 '특화된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부자 고객 잡기에 나섰다. 경쟁이 치열하고, 말 그대로 사적인(private) 점을 중시하다 보니 전국 각 은행의 PB센터 점포 수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주요 시중은행만 따질 때 약 90여 개로 추산된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KB국민, 하나, 외환, SC제일, 우리, 한국씨티 등 6개 시중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기준 이들 은행의 PB센터에 예금을 맡긴 자산가는 2만3207명으로 총 19조4626억원을 예치했다. 1인당 약 8억3800만원을 예치한 셈이다.

이런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PB 영업의 1인자는 무엇이 다를까. 물론 좋은 실력은 기본이다. 각 은행의 1등 PB, 1등 PB점 센터장들은 좋은 실력은 좋은 실적을 위해서 뿐 아니라 PB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의 신뢰를 위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은행의 조태석 분당PB센터장은 "실력이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이는 고객들이 가장 먼저 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분당 PB센터는 국민은행 29개 PB 점포 중 지난해 영업실적 1위를 기록한 곳이다.

그러나 '좋은 실력'도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알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높은 실적을 올린 1등 점포들이 한 예다. 실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한은행의 신한 PB 서울파이낸스골드센터는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로 '모든 사람들이 재테크를 올스톱'했던 시기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2009년 상·하반기, 2010년 상반기 등 3회에 걸쳐 1등 점포가 됐다. 이 센터의 탁현심 팀장은 "다들 바짝 엎드렸을 때 우리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했다"며 "손실을 확정짓고 나와 새로 시작하자고 고객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한참 손실이 난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나오라"고 권하는 일이 힘들었을 터. 고객과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1등 PB 또는 1등 PB 점포들은 고객과의 신뢰를 강조했다.

이는 '펀드에 투자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때'도 PB의 조언을 믿고 펀드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감이다. IBK기업은행 186명 PB 중 1등을 차지한 인천 부평지점 정선녀 PB팀장은 이를 "PB영업의 핵심은 인(人)테크"라고 표현했다.

위기 속에 고객과 쌓은 신뢰는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온다. 정 팀장만 해도 자신이 부임하기 전 가입된 고객 펀드가 마이너스가 나며 곤욕을 치렀지만 이들을 설득해 고객으로 유지, 플러스 수익을 내도록 한 경험이 있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이 기본이다. 앞서 국민은행 분당 PB센터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고객의 관심이 부의 증식이 아닌 관리로 바뀐 점을 포착,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이 1등의 밑거름이 됐다.

자신만의 방식을 개발했다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분당 PB센터는 '키맨'(다른 고객을 연결해줄 수 있는 인맥이 있는 자산가)을 적극 공략했다. 이를 위해 구두바닥이 닳도록 발품을 파는 일도 불사했다.

이밖에 고액 자산가들이 절세 등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감안, 종합세무상담을 적극적으로 해주거나 고액이 아닌 소액 자산가를 주 타깃으로 삼은 점포도 있다.

가진 돈은 있는데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는 얼어있고 주식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아픔을 생각하면 그 역시 마땅치 않고 ELS 등 각종 파생상품이 등장하며 상품 선택도 쉽지 않게 돼버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믿고 자산관리를 맡길 수 있는 PB에 대한 수요는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은 장기적이고 고액인 자산을 유치해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PB 영업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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