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저지, 日 단독 개입으론 불가능"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10.08.28 15:54

美·유럽 협조없인 실패 불가피

일본의 단독 행동만으론 엔고 억제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클레이캐피탈 이코노미스트들은 28일 외환 보고서를 통해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외환시장 중재 시사가 일본 정부의 절박감의 표시라고 논평했다.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를 상대로는 9%, 유로를 상대로는 22% 각각 상승했다.

간 총리는 하루 전인 27일 기자회견에서 엔화 강세에 대해 '대담한'(bold) 행동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지난 24일 15년래 최고를 찍는 등 엔화 강세가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에 84엔대에 머물던 엔/달러 환율이 85엔대를 회복하는 등 엔화가 약세로 전환했지만 일시적인 반등에 불가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상당수 환율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엔화 강세 억제 움직임과 관련, 미국과 유럽이 경기 회복세 방어를 위해 지금과 같은 통화 완화정책을 고수한다면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서더라도 엔화가 중장기적인 강세로 전환하기 힘들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환율 전문가들은 특히 일본이 스위스의 최근 개입 실패를 답습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스위스프랑은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 유로를 상대로 사상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달러를 상대로는 지난 6월 이후에만 11% 이상 올랐다.

ING그룹 뉴욕 지점의 외환거래 책임자 존 매카시는 일본은행(BoJ)의 단독 행동으론 엔화 환율 움직임을 중기 이상의 강세로 전환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엔화의 약세 전환을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미 재무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도이치뱅크의 외환 투자 책임자 빌랄 하페즈는 미국의 경우, 정치적인 이유로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지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위안화 환율 통제를 비난했던 미국 정부가 일본의 환율 중재에 동조하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이치뱅크는 지난주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하향하기도 했다.(엔화 가치 상승) 도이치뱅크는 엔/달러 환율이 올해 말 80엔까지 떨어진 후 내년 1분기 78엔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강세가 계속되자 엔고를 피해 일본 탈출을 꾀하는 수출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4일 경제산업성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체 중 40%가 엔/달러 환율이 85엔대를 지속할 경우,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신규 공장을 해외에 설립할 생각이다.

달러를 상대로 한 엔화 강세로 순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지난 5월의 16%에서 65%로 급증했다. 지난 5월 엔/달러 환율은 90엔대를 유지했고 이후에만 엔화 가치는 약 5엔 상승했다. 유로 대비 엔 강세로 순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역시 50%를 상회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4년 3월 이후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엔/달러 환율이 109엔 수준이던 지난 2004년 초 3개월 동안 14조8000억엔을 풀어 엔화의 추가 가치 상승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당시 개입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일본은행의 엔화 매도에도 불구, 2004년 말 엔/달러 환율은 102엔대까지 상승했다.

한편 간 총리가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과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어 환율 중재 압박은 한동안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 서열 2위의 오자와 전 간사장은 지난 6월 선거자금 문제 스캔들과 관련, 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한 데 이어 다음달 14일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간 총리는 당 대표 경선 때까지 환율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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