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모랄레스 대통령의 얼굴에도 다소 피곤한 기색이 비쳤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볼리비아 내 리튬 자원 개발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기다리던 취재진과의 간단한 인터뷰가 끝난 시각은 저녁 7시40분께. 공식 행사인 만찬이 이어졌다. 그러나 식사는 이로부터 1시간이 더 지나 8시40분에야 시작됐다. 모랄레스 대통령과 이 의원 등 양측 인사의 방한 및 환영 인사, 우리측의 리튬 기술 보고 등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식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의원은 지연된 시간을 의식해 준비해 온 인삿말을 줄이면서도 이날 만찬에 참석한 기업인들이 속한 기업에 대해서는 일일이 소개를 하는 등 정성을 들였다. 이 의장의 열의에 모랄레스 대통령도 힘을 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깊고도 자세한 소개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많은 분들이 오셔서 조금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들 정도"라고 마음을 전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방한이 성사 되는 과정에서도 이 의원의 역할이 컸다. 이 의원은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의 에너지 협력 특사 자격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특유의 친화력과 진정성으로 모랄레스 대통령의 신뢰를 끌어냈다는 후문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방한은 아시아국가로는 첫 해외 국가 방문이다.
이 의원은 볼리비아 외에도 페루, 에콰도르 등 남미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해 자원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 의원의 볼리비아 방문에 동행했던 한 기업 관계자는 "때로는 총탄이 날아다니는 유세장을 같이 다니면서 함께 하기도 했다"며 "목숨을 걸고 동행했던 것으로 모랄레스 대통령이 적잖이 감동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환영인사에 인용해 모랄레스 대통령을 환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의원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과거 시절 하늘의 별을 보면서 들판에서 노숙했던 일을 염두에 둔 듯 "오늘 별 1000개가 아니라 5개에 불과한 호텔에 모셔 조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 의원이 그 말을 꺼낸 배경을 다시 설명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 의원은 리튬 개발과 관련해서는 "과거 선진국이 후진국에 가서 투기적 목적으로 돈만 벌고 떠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들도 자원을 그냥 가져오는 게 아니고 현지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밤 9시40분. 이 의원이 리튬 전지가 들어간 디지털 카메라와 LED(발광 다이오드) TV를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모든 행사가 마무리됐다.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이 의원의 '자원 외교 현장'도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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