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부실 공기업 해체론

머니투데이 김광수 강원대 경영대 교수 | 2010.08.26 10:00
최근 엄청난 빚을 떠안고 적자경영에 허덕이는 공기업들이 막대한 금액을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118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매일 100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과급으로 1063억원을 책정하고 이미 이중 940억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또 23조원의 부채에다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올 상반기에도 2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이 9000명의 임직원 모두에게 5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공기업이 이렇게 많은 성과급을 받은 것이 경영실적 평가에서 각각 '우수' '탁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경영평가가 문제점 개선보다 나눠먹기를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밖에는 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일은 일반기업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관계자들은 공기업의 성과급은 일반기업과 달리 급여의 일종으로 그 성격을 달리한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이런 성과급 잔치는 모두 예산으로 충당돼야만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행태야말로 바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어떤 처벌도 따르지 않고 오히려 정치권과 정부 관계부처 관료들의 권력유지수단 내지 퇴임 후 보장수단으로 활용된다.

공기업 개혁을 내세우며 집권한 현 정부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작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실망스럽기만 하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시절 국민들의 많은 비판을 받은 공기업의 부실·방만경영, 몸집불리기는 현 정부 출범 후에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9년말 현재 297개 공공기관의 총자산은 881조4000억원으로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말(672조6000억원)보다 31%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전체 경제규모(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기업자산 규모도 같은 기간 68.8%에서 82.9%로 14.1%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부채 역시 456조7000억원에서 596조3000억원으로 30.6% 급등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공기업예산도 247조8000억원에서 343조9000억원으로 38.8% 급증했다. 공기업예산의 GDP 대비 비율 또한 25.4%에서 32.4%로 높아졌다고 한다.

공기업 인력 규모 역시 증가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2년간 개혁을 통해 공기업정원이 1만5002명 감소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집계된 공기업 직원은 24만8821명으로 2007년말 현 정부 출범전보다 4117명이 늘어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공기업 개혁 실패의 주요인으로, 이와 동시에 부실·방만경영의 주범으로 비판받아온 낙하산 인사 관행 또한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정치권과 정부의 낙하산 인사 관행은 그 어느 때보다 증가했다.

결국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할 정치권과 정부가 공기업 인사를 전리품 정도로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고서 어떻게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공기업 개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노무현 정권을 제외한 역대 정권에서 공기업 개혁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 미미한 성과를 거두는데 그치거나 실패로 끝났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물론 지금 온 세계가 시장경제질서를 바탕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도 맞지 않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부실경영으로 비난받아온 공기업들 중에는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수요자인 국민들의 관점에서 볼 때 그 기능이나 역할의 필요성이 감퇴하거나 수명을 다한 것이 적지 않다. 이런 공기업들을 과감히 퇴출시켜 예산낭비를 막고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는 것 또한 공기업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이 오랫동안 낙하산 인사로 비판받아온 산하 공기업인 건설공제회를 3년 내 해산키로 결정한 것은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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