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일자리야, 이 ○○야!

머니투데이 홍찬선 부국장겸 금융부장 | 2010.08.27 10:12

[홍찬선칼럼]집권 후반기 시작한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진정한 상생과 친서민

해질녘, 꼴지게를 진채 소를 몰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농부가 있다. 그때 갑자기 설사가 나서 지게를 받치려고 하는데 고삐를 놓쳐 소가 저만치 도망간다. 게다가 별안간 비가 쏟아진다. 이 때 농부는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5년 집권의 절반을 보내고 후반기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직면한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서민과 중소기업에 살길을 열어줘야 하고, 여성 한명이 평생 낳는 아이가 1.15명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2.0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사교육비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과 4대강 정비, 통일세와 공정한 사회 건설 등도 급선무다. 지금은 공약(空約)이 돼버린 747공약(公約)도 있고,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들려오는 더블 딥 우려도 숙명이다.

무엇 하나 만만하지 않다. 더 큰 고민은 이런 과제를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한 돈과 시간과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면 선택을 해야 하는데,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뒤따르는 등 쉽지 않다. 비극의 탄생이다.

선택을 잘 하려면 과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잘 따져야 한다. 당장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에 돈과 시간을 집중해 지금 해결한다. 중요하지만 덜 시급한 것은 다음에 다룬다. 중요하지도 않고 시급하지도 않은 일은 아쉽지만 과감히 포기한다. 우선순위에 따라 과제를 처리하는 것, 바로 보통사람과 성공한 CEO를 가르는 경계다.

임기를 2년6개월 남겨 놓은 이 대통령도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다. 임기 말까지 반드시 해결할 과제를 한두 개 고르는 게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공정한 사회’와 ‘통일세’는 충분히 그런 과제가 될 수 있다. 반만년 역사 가운데 가장 융성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이 앞으로 계속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이 대통령 “스스로 통일세를 당장 걷자는 게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선 것처럼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아닐 수 있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시급성 측면에서 본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맹자』양혜왕편에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는 말이 나온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올바른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람이 독립적 인격체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사람답게 살려면 안정된 일자리가 필수적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하지 못해 청년실업률이 8.5%에 이른다. 가장(家長)도 사오정(45세가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있으면 도둑)에 걸려 직장에서 밀려나는 실정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일자리가 없는 이중실업 시대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의 기둥인 중산층이 무너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요즘 국정의 중심은 상생과 친서민에 있는 듯 하다. 중소기업과 서민도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타까운 것은 상생과 친서민 정책이 지속될 수 있느냐이다.

상생의 전제는 신뢰와 상호인정이다. 중소기업은 부품의 질을 높이는 총력을 기울이고 대기업은 그 노력을 정당히 평가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서로 믿지 못하면서, 정부가 하라고 하니깐 하는 시늉을 내서는 계속 이어지지 못한다. 친서민도 당장 배고픔을 해결하라고 대출하는 데 치중해서는 대책 없는 신용불량자만 양산할 수 있다. 결국 세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은행원도 알고 돈 빌리는 사람도 아는데, 정부만 모르는 셈이다.

상생과 친서민도 결국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잔뜩 기대만 높여 놓은 뒤 실망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거품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만 있는 게 아니다. 기대가 허탈한 상실감으로 이어질 때 겪는 심리적 공황은 가격 폭락에 따른 거품 붕괴보다 훨씬 심각하다.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정부정책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너무 심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했는데 민생 현장을 직접 보니 이해되더라”고 했다. 이 대통령 경제정책의 최고 실세로 통하는 그의 이런 자성(自省)의 목소리에 귀 기울 때 임기를 절반 남겨놓은 이명박 정부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를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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