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日기업 '脫 일본 엑소더스' 부추겨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0.08.25 13:11

토요타 등 엔고 대비 해외 생산체제 구축 추진…'엔으로부터의 분리'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엔화 환율(엔고)에 일본 기업들의 '탈(脫) 일본' 해외엑소더스가 가속되고 있다.

달러대비 15년 최고에 이르는 장기 엔고 추세에 진력난 기업들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이나 수익원의 글로벌화 등을 통해 자기방어에 나선 것이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이를 '엔으로부터의 분리'라고 진단했다.

◇토요타의 '일본 탈출'=후지 산케이 비즈니스는 25일 '엔고 폭풍, 토요타도 일본 탈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토요타가 엔고 영향에 대비한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이지치 다카히코 토요타 전무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팔리는 지역에서 제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해외생산 확대 방침을 밝혔다.

즉 엔고를 피해 해외에서 생산을 늘려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토요타는 중장기적으로 엔/달러 환율 85엔~89엔, 엔 유로 환율 110엔에서도 이익이 나는 생산체제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다른 일본 자동차 기업 닛산은 이미 엔고를 피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가 토시유키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필사적으로 비용 절감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엔/달러 환율 80엔대라는 엔고 속도는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의 엔고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일본 내 생산거점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닛산은 일찌감치 해외생산 비중을 높여왔다.

닛산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자동차 해외생산 대수가 138만대를 기록, 사상 최대 규모를 돌파했다. 간판 모델인 마치의 생산도 일본에서 태국으로 이관했으며 앞으로 중국과 멕시코, 인도에서도 생산할 계획이다. 또 전기자동차(EV)의 경우 미국 테네시주 스마나 공장에서 2012년 후반부터 생산을 시작하는 등 수요지역에서의 현지 생산을 철저히 할 방침이다.

아울러 파나소닉도 엔고 여파에 플라즈마의 일본 내 생산시설 일부를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으며 샤프도 간판 상품인 액정패널의 중국 합작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이처럼 신흥국가 중심의 해외생산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많은 일본 수출기업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본 기업 생산거점의 일본 탈출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엔고 무대책' 정부·BOJ 비판 고조=생산거점 이전 등의 자구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 기업들 사이에선 엔고에 대해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에 대한 비판이 격렬하다. 기업들은 엔고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는데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의 이같은 모습은 집권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사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현지 시장 분위기를 전하며 간 나오토 정권이 오는 9월 민주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권력투쟁에 주력하느라 제때에 엔고 대응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간 나오토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의 잇단 엔고 관련 발언들은 오히려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줘 또 하나의 엔고 소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투기세력이 이같은 정책 부재를 노리고 몰릴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케이신문도 간 총리와 노다 재무상에 대해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는 시장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지난 23일 간 총리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와 전화회담을 가졌으나 구체적인 엔고 대책을 발표하지 않아 오히려 엔화 강세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다음날 노다 재무상의 긴급 기자회견 발언도 오히려 일본 정부가 엔고 대책에 신중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엔이 추가 상승했다.

시장의 불만은 극에 달해 사이토 아츠시 도쿄증권거래소 사장은 "국가는 사태를 방치하지 말고 환율에 개입하겠다는 자세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간 정부는 민주당 대표 선거를 향한 권력투쟁에만 주력하고 위기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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