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딥'에 한발 더 다가선 글로벌 경제

머니투데이 송선옥  | 2010.08.25 18:46

美 고용·주택 부진에 글로벌 증시 하락… 엔 등 안전자산 선호 두각

속속 나오는 각 국의 경제지표들이 글로벌 경제의 '더블 딥(이중 침체)' 가능성을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 고용 충격과 소비 부진에 허덕이는 미국의 주택시장이 뚜렷한 침체 징후를 보이고 유럽의 재정 긴축이 우려대로 성장 둔화로 연결되며 위기감은 고조된다. 아예 미국이 더블 딥을 넘어 1930년대식 '공황'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내 패닉도 증가해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종합지수는 한때 1만선이 붕괴되고 엔고 악재까지 겹친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9000선이 무너지며 15개월래 최저로 주저 앉았다.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하루만 7.01% 상승해 27.46을 기록했다.

이와함께 대폭락장이 온다는 `힌덴부르크 오멘` 등 흉흉한 위기설도 투심을 위축시킨다. 이론의 창시자인 짐 미에카는 최근의 52주 평균 주가와 뉴욕 증시 이동 평균선을 볼 때 9월 강력한 하락장세가 연출될 것이라고 말한다.

투자은행중 가장 비관적인 골드만 삭스는 최근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을 이전 25%에서 30%로 올려 잡았다.

◇고용·주택 부진 재확인= 찰스 에반스 미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미 경제가 더블딥으로 빠져들 것으로는 보지 않지만 지난 6개월간 더블딥 위험성은 높아졌다"며 "경기 회복 속도가 충분히 강한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 경제에 `리스크`가 있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더블딥 위험까지 제기한 것이다.

그는 "경기가 회복세이고 주택가격이 안정화되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지만 우리가 숲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고용시장 부진이 주택차압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주택 차압 건수가 300만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7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대비 27.2% 감소한 383만채로 예상치를 2배이상 하회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글러스킨쉐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아예 미 경제가 더블딥을 넘어 1930년대식의 불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날 일간보고서에서 “대공황 당시에도 주가가 많이 올랐으며 긍정적인 국내총생산(GDP) 지표 발표가 있었다”며 “지금처럼 당시에도 회복의 신호는 지속적이지 못했으며 오히려 안정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져다 줬다”고 설명했다.

1929~32년 대공황 당시 GDP가 6분기 연속 평균 8% 성장하고 1930년대초 주식시장은 50%의 달하는 상승랠리를 펼쳐 투자자들은 최악의 시기가 지나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위기는 왔는데 현재 상황이 이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美·유럽은 더블딥 한배 탔다”= 잠시 수면 아래로 잠겨있던 유럽 불안도 다시 떠올랐다. 유럽 각국의 재정긴축책 본격화로 성장이 저해되는 데다 향후 반등의 모멘텀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발표된 유로존 8월 서비스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이 같은 우려를 적극적으로 뒤받쳐주고 있다. 유로존 8월 PMI는 56.1을 기록, 전달에 비해 0.6포인트 하락하며 예상치를 하회했는데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가인 독일의 제조업 PMI는 전월 63.6에서 60.9로 하락해 성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나마 유럽의 수출이 유로화 약세에 기댄 것임을 고려한다면 독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 경제에 따라 수출 증가 효과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유럽이 더블딥(이중침체) 위험이라는 `한 배`에 탔다"며 미국과 유럽의 동반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했다.


◇ 일본은 엔고에 흔들리고.. = 미국과 유럽 경제가 흔들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치솟고 있다.

2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83.60엔까지 하락하면 15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유로화에 대해서는 9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강세로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올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가뜩이나 마뜩치 않은 일본 경제가 더 둔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간 싱크탱크 간사이 사회경제 연구소는 엔화가치 상승으로 실질 GDP를 수정해야 한다며 올 후반부터 엔고에 따른 수출 둔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고가 계속되면 토요타 소니 등 해외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는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일본의 7월 수출은 전년대비 23.5% 증가했는데 이는 6월 27.7%보다 둔화된 것이다. 증가폭 둔화는 5개월째 계속되고 있는데 주요 수출 기업의 수출에 엔고가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채 선호 가중..커지는 버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엔화 뿐만이 아니다. 엔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독일의 국채 금리는 기록할만한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에 반대로 경기 척도인 원유와 구리 가격은 하락세를 기록했다.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4일 2.57%로 떨어졌다. 이는 1989년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독일과 아일랜드 국채간 스프레드는 더욱 커졌는데 이는 위기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2.47%를 기록하며 2009년3월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끝나지 않은 위기에 앞으로도 각국의 채권발행은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국채시장의 쌓이는 버블에 대한 경종은 이미 울린지 오래됐다.

이에 반해 원유와 구리 가격은 하락세다. 원유 선물 10월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전일대비 2% 떨어진 배럴당 72달러를 하회했는데 이렇게 하락한 것은 지난 7월초 이후 처음이다. 휘발유 선물가격도 갤론당 1.8494달러로 2009년12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구리가격도 1.6% 하락했다.

MF글로벌의 아담 크롭펜스타인 투자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자산 시장에서 신뢰의 위기가 발행하고 있다”며 “더블딥 우려는 아닐지라도 몇 달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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