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신용 1등급보다 2~4등급이 좋아"…왜?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0.08.24 07:03
"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에서는 신용평가사(CB)의 1등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거래가 활발한 2~4등급을 더 좋아하죠." (모 은행 A씨)

실제로 대형사인 B신용카드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의 1등급 회원을 대상으로 CB사의 신용등급을 분석한 결과, 1~2등급보다 3~4등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7등급 이하도 10%나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B사의 CSS 1등급 회원의 신용등급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2등급이 33.0%, 3~4등급 37.4%, 5~6등급 19.5%, 7등급이하가 10.1%로 나타났다. 7등급 이하에는 9~10등급(부실등급)도 일부 있었다.

이는 지난해말 기준 1~2등급 32.8%, 3~4등급 36.7%, 5~6등급 19.6%, 7등급 이하 11%에서 1~4등급은 소폭 증가하고 5~10등급은 소폭 감소한 수치이다.

A씨는 "솔직히 CB사의 2~4등급은 신용등급에 관심도 없다"며 "이들은 기존 거래하고 있는 금융사에서 우대받는 고객층”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과 금융회사들이 실제로 적용하는 등급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신용평가사에서 1등급으로 평가된 사람들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면서 신용카드를 주로 쓰며 통신비, 카드비 등을 대부분 급여통장에서 자동이체 해놓은 20~30대 미혼일 가능성이 높다고 A씨는 설명했다.

이들은 특별히 대출을 받을 일도 없고 따라서 연체할 이유도 없다. 바꿔 말하면 은행이나 카드사 입장에서는 연체료나 할부이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마진이 적은 고객으로 우량고객이 아니다. 게다가 아직 연체 관리 경험도 없다보니 이들이 사고를 치면 신용등급은 순식간에 떨어질 우려가 있어 오히려 위험도는 더 크다는 설명이다.


B사 뿐만 아니라 은행과 대형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자체 CSS를 구축하고 있다. 카드 업무를 겸하고 있는 KB금융의 경우 은행 고객과 카드 고객의 등급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과 IBK캐피탈은 좀 더 진보적이다. 이들 양사는 제1금융에서 등급 하락으로 제2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고객 중 우량 고객을 추천 받아 IBK캐피탈에서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주고 신용이 좋아지면 다시 IBK기업은행으로 빠르게 옮겨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너지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신용등급만으로는 할 수 없는 마케팅이다.

한국신용정보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 대부업체들 역시 대출 잔액과 연체액 등 부정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화나 직접 면담을 통해 개인의 상환의지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대부업체 관계자 C씨는 “대부업체에서 ‘황금고객’으로 생각하는 부류는 200만~300만원대의 소액대출액을 13~18개월 동안 갚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이라 월 10만~20만원씩 차곡차곡 갚아나갈 수 있기 때문.

한편 B사 관계자는 “우량고객이 7등급 이하로 나타난 경우는 기존 상위 등급에서 떨어진 경우로 추정된다”며 “최근 연체 중인 회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체와 같은 부정적인 정보로 고객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더라도 양호한 거래실적 등 긍정적인 실적정보가 많이 누적된 회원은 등급 회복 가능성이 크고 상승 시기도 빠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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