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정준양 회장님께 내 건의도 좀.."

머니투데이 인천=김태은 기자 | 2010.08.20 15:51

2차 협력업체 찾아 상생협력 현장 행보

"회장님이 저희 회사 오신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건의 좀 해달라고 청탁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얼마든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세요. 오늘 얘기한 걸로 불이익 받지 않도록 '면책특권'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19일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마주앉은 한 인천지역의 중소기업체 대표는 작정한 듯 준비해온 메모지를 꺼내 테이블에 펼쳤다. 메모지는 빼곡히 글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정 회장을 만난다고 하니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지인들이 저마다 전해달라는 건의사항을 적어온 것이었다.

정 회장으로부터 '면책특권'까지 부여받은 이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 애로사항과 대기업들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작정한 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대기업들이 원가절감을 협력업체 납품 단가에 전가시키는 관행부터 중소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대기업의 책임까지 평소 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2차, 3차, 4차 협력업체 등 원청업체인 대기업과의 거리가 먼 기업일수록 상생협력을 체감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날 정 회장이 방문한 또 다른 2차 협력업체가 그랬다. 이 회사 대표는 쏟아져 나오는 상생협력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포스코가 1차 협력업체에 실시하고 있는 상생협력펀드를 통한 자금지원을 2차 협력업체 이상으로 확대한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정 회장도 이러한 점이 우려됐는지 이 회사 대표에게 "자금 지원은 필요없느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이 대표는 "공장을 확장하거나 기계설비를 추가로 들일 때 자금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렇게 상생협력을 잘 하고 있다"면서 내놓은 대기업들의 상생협력 방안들이 자칫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회장은 반나절을 꼬박 2차 협력업체들을 돌아다니며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들었다. 때론 메모를 하기도 하고 추가로 확인할 것이 있으면 자리에 함께 배석한 담당 임원에게 자세히 알아볼 것도 지시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하기도 했다.

몸소 둘러보고 나자 정 회장은 "직접 현장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매월 셋째주 토요일에 실시하고 있는 봉사의 날을 활용해 포스코 임원들이 현장의 애로사항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의 상생협력 행보는 여느 대기업 CEO들과 다른 모습이다. 단순히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인들을 직접 찾아 스킨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협력업체 방문 전에는 인천 남동공단의 중소기업 대표들과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정해진 시간인 오후 5시를 훌쩍 넘기고서야 협력업체를 떠나는 정 회장에게 기자는 "여름 휴가도 못가고 연일 상생협력 행보로 바쁜 것 같다"며 이야기를 건넸다.

정 회장은 "이렇게 협력업체 회사를 방문하는 것이 피서다"며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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