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달라'는 60대 농아인 주먹으로 폭행한 경찰"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 2010.08.20 11:09
작년 9월 농아인 박모(68)씨는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입구 근처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 박씨는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타 '중계역 앞' 이라고 행선지를 써 줬지만 택시기사는 글씨를 식별하지 못해 그를 남대문경찰서에 내려줬다.

당시 남대문경찰서 강모 경사는 도움을 청하러 온 박씨를 단순 음주자로 생각해 그의 팔을 잡고 대우빌딩 인근으로 데리고 갔다. 그 과정에서 박씨는 경찰서 계단에서 넘어져 뒤통수가 찢어지는 열상을 입었다.

경찰서 밖으로 나온 박씨가 다시 경찰서로 들어가려하자 강 경사는 "왜 술 먹고 행패냐"며 박씨의 양 눈 사이를 오른손 주먹으로 때렸다. 박씨는 코피를 뚝뚝 흘렸고 다리에 힘이 풀려 길바닥에 스르륵 주저앉았다.

박씨는 고통에 겨워 신음소리를 냈고 코피가 턱까지 흘러내렸지만 강 경사는 그를 2,3m 더 끌고 가 근처 펜스에 방치했다. 경찰서로 들어온 강 경사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근처 지구대에 "남대문경찰서 옆에 쓰러진 사람이 있다"며 신고를 하고는 잠을 잤다.

경찰의 요청으로 현장에 온 119구급대가 박씨를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립의료원으로 이송했고 그는 뇌에 생긴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 의식불명인 상태인 박씨는 사지마비로 자발적인 운동이 불가능해 기저귀로 배변을 처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는 박씨의 가족이 "국민을 보호해야할 경찰이 오히려 국민을 폭행해 인생을 망치게 했다"며 강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 7000여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씨는 경찰공무원으로서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도움을 요청하는 청각장애인 박씨에게 고의로 폭력을 행사해 현재와 같은 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판시했다.

상해죄로 기소된 강씨는 지난 6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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