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설까지 번진 ‘4대 국새’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 2010.08.20 09:44

백서 담당자 “문제 있다” 몇 차례 제기 … 행안부가 묵살

국새(國璽) 제작 후 남은 금의 사용처를 둘러싼 의혹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새가 제작된 지 2년 반이 지난 시점이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는 “제작비를 건네고 국새를 제작해 주도록 일괄 계약했을 뿐”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다 문제가 커지자 19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의혹을 제기한 이창수(46·전통금속공예가)씨가 1억원짜리 골프 퍼터를 만든 뒤 ‘제4대 국새를 만든 장인이 만든 수제품’이라고 홍보하자 민홍규씨가 이의를 제기해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총체적 관리 부실=국새 제작 방식부터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국새 제작의 책임자인 민홍규(전 국새제작단장)씨는 2007년 6월 “전통적인 방식에 의한 진흙 거푸집으로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조선 옥새 제조 기법을 재현해 혼을 담겠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그해 12월 국새가 완성되자 정부는 “경남 산청군에 있는 전통가마인 ‘대왕가마’에서 구워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행안부가 발간한 ‘제4대 국새백서’에는 “거푸집을 현대식 가마에 넣어 밀랍을 녹였다”고 돼 있다. 백서의 자료 조사·정리를 담당한 국립민속박물관 천진기 민속연구과장은 19일 기자와 만나 “국새를 만드는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수십 차례 현장에 갔다”며 “하지만 민 단장이 ‘600년 비전(秘傳)을 알려줄 수 없다’며 합금·주물 작업 등 공개를 거부해 확인한 것만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40여 개가 넘는 녹화테이프를 보여주며) 국새 외에 다른 의장품을 만든 장인은 모두 자신의 기술을 숨김 없이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천 과장은 당시 국새제작단원인 이창수씨로부터 A4 용지 10쪽의 ‘제작 경위서’를 받았다. 여기에는 현대가마를 구입하는 데 들어간 800만원의 영수증과 제작일지·사진이 담겨 있다. 천 과장은 “경위서를 행안부에 보여주며 국새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백서를 내지 말자고 수차례 이야기했으나 행안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백서가 그 모양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새 제작 장소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씨는 “(전통제조기업인) 대왕가마가 아닌 800만원을 들여 현대가마를 사 국새를 만들었고, 밀랍 조각을 제외하고는 민 단장의 이천 작업장에서 내가 한 달 동안 작업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 전 단장은 전날 일부 언론에 “산청에 있는 전통가마인 대왕가마에서 제작했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날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행안부는 예산 1억9000만원의 사용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국새 제작 계약서에는 국새를 제작한 뒤 재료비가 10% 이상 증감하면 추가 지급하거나 환수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행안부는 사용처에 대한 기본적인 기록도 없다. 이재풍 행안부 의정담당관은 “국새제작단과 일괄 계약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디에 예산을 사용했는지, 얼마의 금이 들어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금도장 로비 의혹=이창수씨는 “민 단장이 3㎏의 금 중 국새를 만들고 남은 800~900g의 금으로 2007년 대선 직전에 금도장 16개를 만들라고 지시해 내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권위 있게 만들라”는 민씨의 지시에 따라 14K·18K 금도장을 만들었다. 도장 안에 7돈짜리 황동을 넣고 겉을 금으로 씌웠다고 한다. 도장에는 ‘2007년도 12월 세불 민홍규’를 새겼다. 세불은 민홍규씨의 호다. 금 도장 가운데 13개는 당시 C·L의원과 행정안전부 간부들에게 건네고, 3개는 일반인에게 모두 6500만원을 받고 팔았다고 이씨는 주장한다. 당시 민씨는 “정·관계에 엄청난 ‘빽’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장을 받은 것으로 거론되는 L 전 의원은 “전혀 모르는 얘기다. 국새가 뭐냐. 요즘도 국새를 쓰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정말 짜증 난다. 나를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즉시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하겠다”고 흥분했다. 행안부 출신의 모 부지사는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다. 나는 그런 것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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