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란 수출기업 돕고 싶은데 방법이…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08.19 11:22

기업은행만 144개 기업에 업체당 최대 3억까지 대출

미국의 대 이란 제재조치로 국내 수출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금융 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 수위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터라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신중한 모습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날 이란 수출중소기업에 최대 3억 원까지 대출해주는 내용을 담은 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기업은행은 지원 대상을 기업은행과 여신 거래를 하고 있는 업체로 제한했다. 용도도 대 이란 수출대금 입금 지연이나 해외 박람회 참석 등에 필요한 자금으로 한정했다.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대상 기업은 144개다. 이 가운데 자금 경색이 심각한 업체가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 규모는 한 기업 당 3억 원 까지다. 대출기간은 1년 이내로 최장 3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또 대이란 수출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수출환어음을 할인받고도 결제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부도 처리되는 유예기간을 통상 1개월에서 최장 2개월까지 연장키로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 이란 쪽과 자금 거래가 안 되고 있는 수출중소기업들이 많다"며 "기업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한해 선제적으로 도움에 나섰는데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이미 내부적으로 관련 내용 검토에 들어갔지만, 지원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해당 부서를 중심으로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여신 거래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이 이란 제재에 우리나라도 동참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 재무부는 이란 제재와 관련, 이란의 불법 활동을 촉진한 제3국 금융기관 명단을 작성해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이 적극 나서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 국내 거래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자칫 왜곡된다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 실무자들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로 이란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이 자금경색 등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고 있는데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 탓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들도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지만 미국이나 우리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 기업들이 부도나거나 자금경색이 심해지면 결국 은행들한테도 좋지 않기 때문에 큰 걱정거리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짓밟고 헤어드라이기 학대…여행가방에 갇혀 숨진 9살 의붓아들 [뉴스속오늘]
  2. 2 야산에 묻은 돈가방, 3억 와르르…'ATM 털이범' 9일 만에 잡은 비결[베테랑]
  3. 3 "녹아내린 계좌, 살아났다"…반도체주 급등에 안도의 한숨[서학픽]
  4. 4 홍콩배우 서소강 식도암 별세…장례 중 30세 연하 아내도 사망
  5. 5 '학폭 피해' 곽튜브, 이나은 옹호 발언 논란…"깊이 생각 못해" 결국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