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하나은행, 다시 승부에 직면하다

머니투데이 성화용 부국장 | 2010.08.19 07:30
세상 일은 대개 승부가 갈린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언뜻 논쟁과 이견이 팽팽할 것 같은 사안들도 결국 마찬가지다. 10년, 30년, 100년을 대입하면 역사가 시비를 가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 당사자들이야 부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정한, 때로 천박한, 관전자들은 어김없이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를 얘기하곤 한다.
경제 현상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요즘 금융가의 관심은 우리금융의 민영화에 쏠려 있다.

여기서 하나금융그룹을 새삼 주목하는 건 그들이 다른 어떤 금융회사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적인 승부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단자회사'였던 한국투자금융이 '하나은행'으로 전환할 때 부터 승부가 시작됐다.

그 때만해도 이 '신설은행'은 '특이한 유니폼'과 '은행 답지 않은 과도한 친절함'으로 눈길을 끄는 정도였다. 그러나 시장 한 켠에서 개성있는 시중은행으로 차츰 자리를 잡고, 외환외기의 후유증으로 수많은 단자·종금사들이 문을 닫게 되자, 하나은행은 '승자'로 인정받게 됐다.

보람은행, 서울은행과의 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과정 역시 얘깃거리들이 적지 않다. 국외자의 눈으로 보면 이른바 '조 상 제 한 서(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신탁은행)'가 문을 닫고 하나은행이 자력으로 '4대 금융그룹'에 진입한 것 자체가 놀랍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과정이 승부의 연속이었다. 결국 하나은행은 근 20년에 걸친 금융시장의 권력투쟁에서 현재까지 승자로 살아남은 것이다.

하나은행을 모태로 한 하나금융그룹이 또 한번의 승부를 앞두고 있다.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몰라도,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는 곳은 하나금융이다. 다른 메이저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기반이 약하다는 점에서, 경쟁자인 KB나 신한이 당분간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당위와 가능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후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하나금융 사람들은 이미 예민해져 있다. 그들은 치열한 싸움이 피를 부른다는 걸 안다. 그 동안 숱한 피를 흘렸고, 그 기반 위에 오늘을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거칠고 강한 조직이다. 급성장하면서도 옛 '한국투금'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예전과 다르다는 탄식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밖에서 보면 '하나은행'은 여전히 '하나은행'이다.


그러나 우리금융 민영화 이슈에 직면한 하나금융은 예전에 비해 훨씬 불안해 보인다. 기회이고, 승부인 건 분명한데, 아이덴티티의 훼손이 걱정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덩치를 키워 얻을 수 있는 효율보다 기업문화의 유실로 인한 비효율이 더 커지는 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 동안의 상대방들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 조직, 우리금융을 감당할 수 있을까. 주류 조직의 정신적 연대가 유지될까. 그나마 믿을 건 김승유 회장인데, 그에게 새로운 하나금융을 완결할 시간이 주어질까. 그 이후의 대안은 뭘까. 꼬리를 무는 의구심에 아직 명쾌한 답이 없다.

여기에 하나은행 주류 멤버들의 피해의식도 가세하고 있다. 그동안 그들은 합병을 거치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왔다고 느끼고 있다. 큰 승부에 이긴 후 역차별도 그만큼 커진다면, 조직과 개인의 이해는 충돌할 수 밖에 없다. 그 동안은 견뎌왔지만, 이번 승부 이후 인내의 기간이 너무 길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그들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이다.

하나금융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선택 이후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 지 흥미롭다. 과거와는 승부의 호흡이 달라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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