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 집값 하락세, 日신도시 전철 밟나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10.08.19 08:21

[르포-일 부동산을 다시본다<1-3>]인구변화 등 여건 비슷… 곳곳 우려 목소리


- 인구변화·서울 구도심 개발 등 여건 비슷
- 10~20년뒤 심각한 사회문제 발생할 수도


[<1-1>다마신도시를 가다] '중산층 꿈' 앗아간 日신도시
[<1-2>日신도시의 '꿈과 좌절']인구감소·도심회귀에 올드타운된 '일본 분당'

최근 분당, 일산 등 한국 1기 신도시의 집값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개발이나 인구감소 속도가 빠른 만큼 1기 신도시 붕괴, 2기 신도시 공급과잉 등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다.

입주를 시작한 지 30∼40년 넘은 일본 신도시에 비해 우리나라의 1기 신도시는 입주한 지 15∼20년에 불과하다. 도심과 신도시간 거리도 일본에 비해 짧고 교통비도 싸다. 하지만 서울 도심이나 새로 지은 아파트를 찾아 떠나는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현상은 일본과 비슷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서울지역 구도심은 속속 재개발·재건축돼 살기 편한 데 반해 1990년대 초 입주한 1기 신도시 아파트는 노후도에 따른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며 "1기 신도시 주변에 새로운 택지지구가 많이 들어선데다 대규모 2기 신도시 개발까지 진행되고 있어 신도시 아파트값 약세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서울 강남3구에 이어 최고 인기를 누리던 분당신도시의 집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값이 고점에 달한 2006년말 분당신도시 전용 60㎡ 초과∼85㎡ 이하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1984만원이었다. 당시 분당보다 집값이 높은 곳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6월 말 현재 강남3구 외에 용산구(3.3㎡당 2239만원) 광진구(1752만원) 양천구(1699만원) 등이 분당신도시 아파트값(3.3㎡당 1672만원)을 앞질렀다. 중구(1665만원) 강동구(1663만원) 마포구(1644만원) 등도 분당과 비슷하다.

일산도 마찬가지다. 2006년 말 일산신도시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1266만원으로 노원구, 강북구 등 서울의 12개 자치구보다 높았다. 하지만 6월 말 현재 서울에서 일산신도시(1123만원)보다 집값이 싼 곳은 도봉구와 금천구 2곳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인구감소, 생활방식 변화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추진되는 우리나라 신도시 개발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건국대 손재영 부동산대학원장은 "2기 신도시는 2000년대 초·중반 수도권 집값급등 문제를 해결하려고 내놓은 비상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인구감소, 도심회귀 등 시장의 구조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획을 밀어붙인다면 10∼20년 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도 도시정비국 관계자는 "한국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계획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인구가 계속 증가한다면 몰라도 인구감소, 고령화 등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단기간에 신도시를 개발할 경우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신도시 개발은 사회적인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30∼40년 뒤 적정 인구가 살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신도시 계획을 취소할 수 없다면 고층아파트 위주의 개발보다 다양한 모델의 주택을 보급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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