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형 인간이 행복한 여섯가지 이유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수 | 2010.08.23 10:02

[머니위크]청계광장 / 삶의 여유로운 곡선을 회복하자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에서 가장 빠른 나라로 기록되고 있다. 직선코스를 선택해서 남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려고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과연 우리는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서 행복한가? 더 멀리 줄달음쳐 와서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는가?

더 높이 올라와서 성공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잇따른 연예인들의 허망한 자살 소식, 대기업 임원 자살, 공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청춘을 죽음으로 마감하는 안타까운 10대, 이 모두가 성공에 대한 압박과 목표달성에 대한 조급증이 낳은 병폐이자 역기능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삶의 태도, 그리고 인생의 매 순간을 즐기는 미덕보다 어떤 성취를 만들었는지 만을 평가하는 외형적 가치기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 삶 전반에 걸쳐서 곡선이 사라지고 있다. 자연의 곡선은 직선으로 바뀌고, 삶의 여유로운 곡선은 촉급한 직선으로 전환되면서 인간은 불행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곡선으로 우회하는 것이 보다 빠른 길임을 자각하는 인간, 곡선형 인간의 몇가지 특징을 살펴보고자한다.

①더디 가도 걱정하지 않는다. ‘느림’이 ‘빠름’보다 빠르다.

곡선형 인간은 빨리 간다고 그 만큼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로는 빨리 가는데 목적이 있지만 길은 천천히 가면서 내가 길을 가는 존재이유를 찾는데 목적이 있다. 도로를 달려가는 삶은 남이 간 족적을 따라가는 삶이지만 길 위를 걸어가는 삶은 누구도 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삶이다. 도로를 따라 달려가는 직선형 인간은 속도와 효율을 삶의 중요한 덕목으로 품고 살아간다. 반면에 길 위를 걷는 곡선형 인간은 속도와 효율보다 느림과 여유가 더 소중한 삶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직선으로 달려가는 경쟁구도 속에 재미와 즐거움이 없다. 고속도로로 달려가는 사람들은 곧 목적지에 도달하지만 거기에는 나를 경이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가슴 뛰는 즐거움과 행복이 없다. 자신만의 오솔길을 가는 곡선의 길 위에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이 있다.

②돌아가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기적’(miracle)은 ‘곡선’(circle)에서 잉태된다.

돌아가는 길이 오히려 빨리 가는 길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직지계(迂直之計)라는 말이 있다. 우회(迂)하는 것이 비록 힘들고 느리지만, 결국 직선(直)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는 의미다. 곡선형 인간은 직선주로로 달리는 길은 경쟁자도 이미 간 길이라는 점을 안다. 곡선형 인간은 오히려 남이 간 도로를 쫓아가지 않고 길 밖의 길을 간다. 곡선형 인간은 앞에 가는 사람을 추월하는데 힘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이 어떤 길인지를 찾는데 지혜와 용기를 발휘한다. 도로를 쫓아가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라. 이것이 곡선형 인간이 추구하는 철학이다. 성공하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성공하는 기업일수록 우회축적의 원리를 활용하여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다. 우회하는 동안에 내공을 연마하여 일정한 시점이 되면 폭발적으로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③뒤로 가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일보 ‘후퇴’는 이보 ‘전진’이다.

앞으로 가는 것만이 전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뒤로 갔다가 앞으로 나가는 방법이 더 빨리 앞으로 전진 할 수 있는 길이다.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이 고개를 넘을 때, 고개 바로 밑에서 출발하면 고개를 넘기가 힘들다. 하지만 고개 뒤로 후진하여 고개로부터 좀 더 멀리서부터 속력을 내어 올라가면 쉽게 고개를 넘을 수 있다. 그야말로 일보 후퇴는 이보 전진의 원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목표달성 과정에서 촌음을 다투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언뜻 보면 말이 되지 않는 원리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으로 일리 있는 이야기다. 정면 도전이 언제나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뒤로 물러서지 않으면 오히려 더 후퇴할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뒤로 후퇴하는 것은 그냥 후퇴하는 것이 아니다. 더 큰 전진과 도약을 위한 준비다.


④넘어져도 포기하지 않는다. 많이 넘어진 아이가 빨리 걷는다.

실패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지 않는 포기다. 오뚝이는 수없이 넘어져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지 않는다. 오뚝이는 넘어져도 곧바로 다시 일어난다. 누구나 넘어질 수 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실패를 반복한다. 하지만 늘 비슷한 시도를 하는 사람에게는 비슷한 실패가 반복될 뿐이다. 남 다른 성취를 이루어나가는 사람에게 실패는 남 다른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 전거복철(前車覆轍)이라는 말이 있다. '앞의 수레가 엎어진 바퀴자국'이라는 뜻으로 실패의 전례 또는 앞 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비슷한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다. 실패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나서 다시 일어서지 않는 것이다. 실패를 해봐야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시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실패 끝에 이전과는 다른 위대한 성취를 얻는 경우가 많다.

⑤내려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려가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내려가서 바닥을 쳐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것이 올라가는 것이고, 자세를 낮추는 것이 자신을 높이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올라가기 위해서 노력할 뿐만 아니라 내려가는 연습에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행기가 아무리 이륙을 잘 했어도 착륙에 실패하면 무용지물이듯이 산악인이 정상등극에 성공했어도 내려오다 실패하면 죽음으로 끝날 수 있다. 위대한 성공은 잘 내려왔을 때 이루어진다. 내려가는 것은 실패한 사람만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도 내려간다. 내려가는 목적은 지금의 위치를 점검해보고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다. 등고자비(登高自卑)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된다는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정상에 올라갈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는 없다. 어느 날 갑자기처럼 보일 뿐이다.

⑥헤매도 불안에 떨지 않는다.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곡선형 인간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곡선형 인간은 삶은 본래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극히 정상이라고 믿고 있다. 가장 험난하고 불안한 시기에 가장 화려하게 피어난다는 전나무의 꽃처럼 곡선형 인간은 ‘역경’을 뒤집어 아름다운 ‘경력’으로 만든다. 아름다움이라는 말도 앓고 난 사람이 보여주는 사람다움이라고 하다. 아름다운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모두 참을 수 없는 아픔을 겪고 난 사람이다. 실력은 불안한 시기를 벗 삼아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불안한 때야 말로 그 어떤 때보다도 간절하게 열망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힘과 에너지를 집중하여 온몸을 던져 피워내는 바로 절정의 꽃, ‘앙스트블뤼테’를 경험하는 시기다. 이런 점에서 불안감은 창조의 원동력이다. 창조는 죽음을 앞둔 처절한 상황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생애 마지막 의지와 집중력을 총동원하여 꽃을 피워내려는 전나무처럼 불확실한 한계 상황에서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가운데 탄생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삼식(三食),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 머리를 채우기 위한 지식, 마음을 여유롭게 하기 위한 휴식이다. 삼식 중에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과잉정보의 폭발적 증가와 과식으로 인해 현대인들은 예전보다 풍부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정작 삶은 풍요롭지 않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지금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휴식이다. 휴식을 통해 그 동안 과식했던 지식을 버리고 비우거나 소식하면서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강물도 자신을 버려야 바다에 도달할 수 있으며, 나무도 나뭇잎을 버려야 새순을 틔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습관적으로 반복해왔던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나 기존 지식을 버리고 새로운 지식으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생활 자세와 생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생활이 바뀌지 않는다. 빨리 직선으로 달려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 곡선으로 우회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의미심장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반추해보고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꿈과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질 때 새로운 삶의 ‘물결’이 펼쳐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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