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급매…스크린골프의 현주소

머니투데이 김종석 기자 | 2010.08.14 10:19

- 우후죽순 영업에 제살깎기 불가피
- 기계공급 독점 '골프존' 횡포 심각
- 상권 보호 등 정부 차원 규제 시급


'과다경쟁으로 인한 이용료 인하', '폐업', '중고 매매' 등 현재 스크린골프 매장들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지금 누군가는 창업을 고민할지 모르지만, 개점휴업 중인 현 업주들은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실제 문을 닫는 매장들이 늘어나면서 스크린골프 기계가 중고시장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스크린골프 사장단 카페(http://cafe.naver/sgzinfo)'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스크린골프 산업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고통에 신음하던 스크린골프 업주들이 자구책 마련을 위해 '시뮬레이션골프 문화협회'를 창단하기에 이르렀다.

◇ 우후죽순 생겨난 매장들, 과잉경쟁 양산
스크린골프가 처해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상권보호'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골프존 매장의 경우 한 건물을 사이에 두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어 제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경쟁이 불가피하게 벌어지고 있다. 초창기 4만원(18홀 기준)하던 이용료를 1만원까지 내린 매장도 등장했다.

수원에서 스크린골프 매장을 운영하는 업주 박모(48. 여)씨는 영업지역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주)골프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기도 했다. 박씨는 지난해 4월 수원시 영통구 주상복합상가건물 지하 1층 골프존 스크린골프 영업점 임차권과 기계 대금을 포함해 2억5000만원에 인수해 영업을 해왔다.

박씨의 스크린골프장과 8m 도로를 사이에 두고 또 다른 골프존 영업점이 들어서자 (주)골프존이 영업지역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하지만 수원지법 민사9부는 판결문에서 "스크린골프장은 가맹사업이 아니어서 영업지역 보호의무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골프존이 가맹사업자가 아니라는 판결에 대해서 많은 스크린골프 업주들은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골프존은 스스로를 제조업체라고 규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맹사업과 유사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첫 번째 근거로 골프존의 직영점 운영을 제시했다. 현재 골프존이 여의도를 비롯해 6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인데 직영점 운영은 대표적인 가맹사업의 형태라는 것이다.


또한 초창기 골프존 본사는 매장 업주들에게 골프존의 브랜드를 간판에 노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브랜드 노출 역시 가맹사업의 한 조건이다. 현재 골프존에서 받고 있는 등록비 역시 가맹비와 유사하며 본사와 매장간의 온라인 계약을 통해 매장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스크린골프 업주들의 주장이다.

◇ 매장 업주위한 규제책 마련 시급
현재 스크린골프 시장은 골프존이 독점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75%의 시장 지배율을 가지는 사업체는 독점으로 규정하고 규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스크린골프에 대한 규제 정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어 업주들의 불만과 피해 사례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골프존은 매장으로부터 얻은 고객 정보를 토대로 어느 지역의 매출이 높은지 파악한 후 총판에 영업을 지시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시뮬레이션골프 문화협회 추진위원회 관계자의 주장이다.

국내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과잉경쟁 체제에 들어간 것은 스크린골프 업체의 해외마케팅 실패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또 다른 수익구조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자 국내 시장이 정체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스크린업체인 훼밀리골프와 알바트로스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매장 주인들은 "제대로 유지보수가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시했다. 현재 시장에 등장하는 중고 스크린골프 기계들은 중국 시장에 내다 팔리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무분별한 중고 판매로 자칫 해외시장에서 신뢰도 하락과 품질 경쟁력 악화라는 커다란 문제점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통받는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는 또 다시 변태적 영업을 하는 매장이 생겨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일고 있었다. 몇 년 전 불거졌던 술 판매와 도우미 고용 등의 문제점들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골프 문화협회는 이를 견제하고 스크린골프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에 보급된 골프존 기계만 1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 1대당 4000만원(최초 설치비 기준)의 가격으로 환산해 보면 최소 4000억원이 넘는 시장 규모다.

스크린골프 시장이 무너지면 산업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업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함께 스크린골프 제조업체와 정부 차원의 협력과 지원이 시급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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