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은행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08.04 11:30

[현장클릭]'친서민 정책'에 볼멘 소리하는 은행권

하반기 영업대전을 앞둔 시중은행 임원들이 울상입니다. 정부의 친 서민 정책을 놓고 섭니다. 전사적으로 영업에 나서 실적을 쌓아도 모자를 판에 정부의 갑작스러운(?) 친 서민 정책이 은행 임원들을 심란케 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요즘 영업전략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은행을 건전하게 성장시킬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정부에 안 찍히거나 잘 보일 수 있는 친 서민 전략을 세울 것인가"에 집중한다고 하네요.

정부는 최근 대기업뿐만 아니라 은행들에게도 친 서민 정책을 요구했습니다. 상호금융에서 취급하는 '햇살론'과 같은 대출 상품을 내 놓으라는 겁니다. 기존에 서민용 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은행들은 또 비슷한 상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분위기입니다.

더구나 은행들은 이미 각종 상품에 친 서민 정책을 반영했다는 입장입니다. 저소득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희망홀씨대출이 대표적입니다. 이외 금리우대 상품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공헌 활동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은행들은 정부에 잘 못 보이다간 큰일이 난다는 심정으로 친 서민 신상품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됐는데 조만간 은행에서 취급하는 '제2의 햇살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네요.

물론 고객들로부터 얻은 수익의 일정부문을 사회에 환원하는 자세는 바람직합니다. 더불어 사는 자세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당장 은행권 재편을 앞둔 상태에서 은행들이 실력을 쌓기보다 정부 눈치나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시중은행은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입니다.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고 양호한 실적을 내야한다는 것이죠. 정부가 은행을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기분입니다.

사실 정부의 이 같은 모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100년이 훨씬 넘는 국내 은행 역사를 돌아보면 수많은 은행들이 관치로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정부의 입김으로 내려와 앉은 고위 임원들이 '인사'와 '대출'을 맘껏 주물렀고, 은행은 병들어 쓰러졌습니다.

우리는 "시중은행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와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언제 한번 은행들보고 맘껏 실력을 펼쳐보라고 기회를 준 적이 있었을까요? 온갖 규제로 은행들을 말 잘 듣는 모범생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정부 입장에선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친 서민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점 이해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에도 실력을 갖추며 건실하게 성장해 세계 유수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은행이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정책도 시급하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랍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쌍라이트' 조춘, 90세 된 근황 "목에 철심 12개…식물인간 될 뻔"
  2. 2 "중환자실 유재환, 산소호흡기 떼려고 몸부림 쳐"…모친이 전한 그 날
  3. 3 "치킨 안 팔리겠네" 한국축구 충격의 탈락…물 건너간 올림픽 특수?
  4. 4 박세리 골프 시킨 이유?…부친 "돈 될 거라 생각" 인터뷰 재조명
  5. 5 박세리 부친, 가짜 도장 팠다…배경엔 '3000억 새만금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