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을까 회사채 찍을까, 눈칫밥 먹는 기업들

더벨 이도현 기자 | 2010.08.04 07:02

금리 낮은 회사채 발행 증가세...은행, '여신한도'로 압박하기도

더벨|이 기사는 08월02일(07: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휴가철을 맞아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처럼 보였던 회사채 시장이 예상 외의 활기를 보여주고 있다. 2분기 들어 감소세를 보이던 회사채 발행도 3분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회사채 발행이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반기 중 금리 추가인상이 떠돌면서 다시 채권발행에 나선 기업들이 늘고 있다.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우량 제조업체들이 오랜만에 시장에 모습을 보인 것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실적을 쌓아야 하는 증권사들은 지금을 기회 삼아 기업들에 채권발행을 권유하고 있다. 그동안 자금줄 역할을 했던 은행들은 기업대출이 줄자 내심 서운해 하며 여신한도 사용을 종용하기도 한다. 우량사는 그렇다 치고, 이래저래 치이는 A급 이하 기업들은 증권사와 은행 사이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프로페셔널 정보서비스 더벨에 따르면 2분기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던 회사채 발행이 7월 들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 자산유동화증권, 후순위채권을 제외한 일반 회사채만 포함했다.



지난 4월 일반 회사채는 4조3443억여원 가량 발행됐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자비용 증가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발행물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5월 3조9400억원이었던 회사채 물량은 6월 들어 2조9580억원으로 줄었다.

7월은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다소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되레 발행물량이 늘었다. 7월 한달 동안 3조1867억여원어치의 회사채가 발행됐는데 이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우리금융지주, 대한항공 등 증권신고서를 낸 기업들의 발행물량만 해도 1조2000억원이 넘고 아직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까지 포함하면 벌써 2조원을 넘어섰다.

상반기만 해도 시장 관계자들은 올 하반기 회사채 발행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늘어나 급하지 않다면 기업 입장에서 굳이 채권발행으로 돈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지난 5월 회사채 금리가 최저점을 찍은 이후 발행 물량이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9일 전격 기준금리를 2.00%에서 2.2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자 이에 연동하는 회사채 금리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금리가 튀어(?) 오르지 않았고, 7월 말이 돼서는 되레 하향세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관망세를 유지하려고 했던 기업들은 서둘러 채권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된 상황에서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면 미리 움직이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증권사 기업금융 파트는 지금을 실적 쌓기의 호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만기도래 회사채, 시설투자 등 자금소요가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을 권유하고 있다.

A 중견그룹 계열사의 자금담당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발행하려고 해도 잘 받아주지 않았는데 이제는 직접 찾아와 지금이 적기라며 발행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고 있다"며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이 없다면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이라도 해보라고 설득한다"고 전했다.

B기업의 자금팀장은 "발행을 자주 하는 기업들은 이미 줄이 다 서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동안 발행을 안 했거나 경험이 없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증권사들이 마케팅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과당경쟁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사채가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루트가 된 것은 사실이다. 투자자 모집이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발행만 가능하다면 은행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전까지 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도맡아 했던 은행들은 기업들의 행동 변화에 다소 서운해 하는 눈치를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C기업 자금 담당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AAA 우량사는 물론 A급 중견기업들도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활발히 하다 보니 그동안 주로 거래하던 은행의 여신한도를 비워두는 경우가 늘었다"며 "은행 측에서는 서운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여신한도를 쓰지 않으면 한도를 줄여버릴 테니 알아서 하시라는 통보를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우량사야 은행들마저 눈치를 봐야 하지만 중견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게 마음대로 행동하기가 어렵다"며 "확실히 채권을 발행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도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은행과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조달비용 절감이 중요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공모채의 경우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그야 말로 부도"라며 "거래은행은 기업의 문제 발생시 어느 정도 넘어가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중견기업들은 회사채 발행과 은행대출 사이에서 적절한 줄타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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