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불참, 우리금융 누구 품에 안길까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10.08.02 16:41

어윤대 회장 "참여 가능성 없다"… 하나금융 유리한 고지 점령?

2일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확인함에 따라 우리금융이 누구 품에 안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강한 인수의지를 갖고 있는 하나금융지주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지만, 민영화까진 워낙 변수가 많아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KB금융, 입찰 불참 "글쎄"= 그간 우리금융 민영화의 최대 관심사는 KB금융의 참여 여부였다. 인수를 위해 당장 동원 가능한 실탄이 어느 잠재적 인수후보보다 풍부했던 탓이다. 지난해 1조1000억 원을 증자한 것을 비롯해 KB금융은 5조 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취임 전 우리지주와 합병을 언급했다 주가가 하락하자 "내실을 다지기 위해 향후 2년 간 인수합병(M&A)를 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입찰 참여는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현재로선 참여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인수전에서 발을 빼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현재로선"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시장에선 "가능성이 없다"는 말보다 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실다지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수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거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금융권 전체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핵심 사안이다. 누가 취하느냐에 따라 '리딩뱅크'로의 도약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이런 매물이 경쟁사로 넘어가게 KB금융이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상황에 따라 인수 후보자들의 입장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게 M&A로 영구 불참은 있을 수 없다"며 "KB금융도 시장상황을 지켜보다 결국 뛰어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우리'는 '하나' 될까= '우리는 하나다' 하나금융 임직원들이 종종 외치던 구호로 인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말이다. 사실 KB금융의 불참이 확정적이면 하나금융의 인수가 유력한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외환은행도 2순위 매물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에 있어 우리금융 인수는 하나의 옵션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자산이 KB금융의 절반도 못미친다. 지금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KB나 신한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우리지주와 합병하면 자산이 521조 원으로 단숨에 업계 1위를 움켜질 수 있다. 김승유 회장은 직간접으로 우리금융 인수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고, 이미 인수를 위한 세부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특혜시비'와 거액의 인수자금 마련 여부다. 단순 합병은 정부 지분이 그대로 남아 민영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공적자금 극대화라는 정부의 뜻과도 배치된다. 예금보험공사 지분 일부 매입 후 합병을 통한 신주 교환 방식이 거론되는 게 이 때문이다.

하나지주가 예보 지분 57% 중 적어도 절반 이상(4조 원)을 현금 매입한 뒤 나머지는 합병으로 신설된 법인의 신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현금부담을 줄이고 공적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 내놓은 정부 속내는= 국민연금, 공기업 등에 지분을 분산매각해 과점 주주체제로 우리금융을 민영화하자는 대안도 거론된다. 우리금융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떨어진다는 면에서 정부가 그리 선호하는 방안은 못된다. 합병 방식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예보 지분 절반을 팔겠지만, 현재로선 완전한 민영화가 최대 목표다.

정부 입장에선 경쟁자가 많을 수록 좋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몸값이 올라 공적자금을 최대화할 수 있는 탓이다. "가능한 많은 후보자들이 창의적 방안을 갖고 왔으면 좋겠다"(공자위 관계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KB금융은 물론 외국계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자본이 참여한다면 금융위기를 겪으며 처지가 궁색해진 영미계보다 중동계의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전례를 볼 때 정부가 우리금융을 외국계에 넘길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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