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 한마디에 금리 내리는 나라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10.08.01 16:35

[기자수첩]규제 완화 등이 근본 해법

"금리 인하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래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금리를 낮추는 게 말이 됩니까!"

최근 만난 금융권 인사는 캐피탈사 금리를 둘러싼 논란에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한 시민의 돌발발언에 대통령이 업계를 질타하고 금융당국에선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업계를 압박하는 모습이 과연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있을 수 있냐는 투였다.

캐피탈업계 종사자들은 그러나 이런 속내를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정부가 서민금융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금리를 내리지 못하겠다고 버티면 서민들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캐피탈사 경영진들은 전체 여신에서 할부금융 대출 비중이 의무적으로 50%를 넘도록 규정한 여신금융업법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할부금융업은 자동차 이외에 달리 취급할 대상이 없는 탓에 쏠림현상이 심하고 경쟁이 과열돼 있다. 이익 내기 쉽지 않다는 것.


전체 여신의 절반이 넘는 할부금융업에서 이익 규모가 너무 적거나 심지어 손해를 보고 있어 이를 만회하려면 일반 대출영업에서 이익을 보다 많이 낼 수밖에 없다. 캐피탈사들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가 높게 형성된 건 본업인 할부금융업을 통해선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은 업계 현실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 "금리인하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시장원리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 보다 규제 완화가 대출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는 보다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 현재 50% 이상으로 규정된 할부금융 대출 비중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일반 대출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 포지티브(Positive) 방식으로 제한된 캐피탈사들의 업무 범위를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고 고려할만 하다. 취급업무를 늘려주면 이익 창출 창구가 다양해져 신용대출 금리 인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표방하며 출범한 정부라면 대중 감성에 기대기보다 시장원리에 기반한 접근으로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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