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사임, 세종시 자책감 느껴"(종합)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0.07.29 16:45

"우리 정치지형 너무 험난···용산문제 해결은 보람"

정운찬 국무총리는 29일 "국무총리 직을 사임하고자 한다"며 총리직 사퇴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정 총리는 이 날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통합브리핑룸에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 10개월간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다소 상기된 표정과 함께 담담한 목소리로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다.

우선 정 총리는 7.28 재보선 직후 사의를 발표하게 된 이유와 관련해 "재보선이 마무리된 지금, 주요 정치 일정들이 일단락되면서 대통령께서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과 계기가 마련됐다"며 "국가의 책임있는 공복으로서 사임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초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완승을 거둠에 따라 정 총리의 유임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 총리의 이 날 사의 표명은 더욱 의외다. 그러나 정 총리는 오히려 재보선에 승리한 지금을 총리 사퇴에 따른 이 대통령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시점으로 판단해 사의를 공식화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 이후 수차례 사의 표명을 했지만 지금까지 총리직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련의 정치일정 속에서 자칫 동요할 수도 있는 정부의 근무기강을 확립하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6.2 지방선거의 여권 참패 이후 재보선까지 약 2달 동안 총리 부재에 따른 행정공백을 막고 이 대통령에게 후임 총리 인선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임기 중 소회와 관련해서는 "당초 생각했던 일들을 이뤄내기에 10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너무 험난했다"고 말했다. 취임 초반부터 거듭된 '말실수'와 세종시 수정안 추진으로 인해 거센 정치공세에 시달린 정 총리는 수차례 "여의도의 언어, 광화문의 언어에 익숙하지 못했다"며 현실 정치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었던 세종시 수정안의 폐기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지 못한 점은 개인적인 아쉬움의 차원을 넘어 장차 도래할 국력의 낭비와 혼란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기 내내 강한 애착을 보였던 교육개혁 정책인 '3화정책'과 최근 주력했던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정책에 대한 강한 아쉬움도 표현했다.

다만 정 총리는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언급,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취임 직후 난제였던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조문하고 직접 유족들과 얘기를 나누며 지난해 말 극적인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정 총리는 담화문 발표를 마친 뒤 엷은 미소와 함께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몇몇 기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정 총리는 10개월 동안의 임기를 소회하는 담화문을 10여분 동안 발표한 뒤 브리핑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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