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한나라당 완승…'정권심판론' 잠재운 '친서민'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10.07.28 22:58

여야, '친서민' 경쟁 예고…정치권 지각변동 불가피

한나라당이 '미니총선'인 7·28 재보선에서 예상을 뒤집고 승리했다. 전체 8곳 가운데 서울 은평을, 인천 계양을, 충북 충주, 충남 천안을,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등 5곳을 석권했다.

당초 이번 선거에서 여당은 고전할 것으로 점쳐졌다. 지난 6·2지방선거 이후 두 달이 채 안 돼 치러지는 선거였기 때문. 게다가 여당은 불법 사찰, 정권 실세의 국정농단 논란,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등 각종 악재를 딛고 일어섰다. 여권은 특히 야당의 막판 단일화을 잠재웠다는 점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날 승부는 여당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한나라당은 최대 격전지였던 은평을 뿐 아니라 민주당 송영길 인천 시장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까지 접수했다. 특히 세종시 논란으로 민심을 당분간 돌리기 어렵다고 여겼던 충주와 천안을마저 챙겼다.

여당은 선전의 이유로 '친서민 정책의 강화'를 꼽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친서민·중소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강조하면서 민심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당·정·청이 일제히 나서 친서민 정책강화가 단지 선거를 위한 일회용 대책이 아닌 중장기 핵심정책의 기조 변화임을 강조했고, 이것이 긍정평가로 이어졌다는 것. 또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일꾼론'이 지역구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야당을 압도했다.

야당은 '중간심판론'이 이번 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밖의 패배에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야당의 단일화는 선거 막판에 이뤄지며 생각만큼 유효투표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국 주도권의 핵심 키워드, '친서민'= 여당은 이번 승리로 움츠렸던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 향후 국정운영에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게 됐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친서민 강화로 승리를 일군 만큼 향후 국정운영에서도 친서민·중기 정책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각 정부 부처는 다음달 일제히 단기 및 중장기 친서민 정책을 일괄 발표할 예정이다. 여당에서도 탁상공론식 논의를 배제하고 시장·현장 중심의 친서민 정책을 발굴·추진할 예정이다.

여권의 친서민·중기 전략은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운영 궤도 수정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향후 정국의 주도권은 누가 '친서민 정책'에서 차별화에 성공해 국민으로부터 긍정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4대강 사업에서도 여권의 입장 변화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조정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측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반응을 내놨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4대강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종교계의 강력 반발 뿐 아니라 국민 여론에서도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무리하게 추진할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야당도 친서민 행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친서민 정책은 여당의 선전을 추동하는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동시에 야당의 재반전 카드로도 유효하다. 민주당은 특히 여권의 친서민 행보가 갖는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원조 친서민'은 민주당 몫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양한 친서민 활동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지각변동 불가피= 이번 선거 결과로 여야 모두 당내 권력지형의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재오 전 위원장, 윤진식 전 실장이 각각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MB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 전 위원장의 복귀는 그 자체로 '사건'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나홀로 선거'를 표방하며 '백의종군'했다. 복귀 후에도 계파 등에 연연하지 않고 정권재창출이란 대의명분에만 충실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의 정치적 무게감을 감안할 때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으로 갈려 있는 당내 지분구조에 어떤 형태로건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안상수 대표 등 현 지도부는 긍정적인 선거 결과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거셌던 쇄신바람 이후 구성됐고 첫 실험무대였던 이번 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각종 파문, 지도부 내 마찰 등 악재를 딛고 일군 승리여서 더욱 값지다. 여권은 향후 친서민 기조를 씨줄로, 야권 대연합에 맞선 보수대연합을 날줄로 삼아 정국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비주류 측에서 정세균 대표 체제의 무능함을 지적하며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기 때문. 특히 최대 격전지인 은평을 선거에서 공천을 놓고 내부 진통을 겪었고 결국 장상 후보라는 '낡은 카드'를 선택해 패배했다.

민주당은 사찰 파문 등 여권의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6·2지방선거의 '심판 바람'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지도부의 무능력과 무사안일주의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권이 이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친서민 행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불법사찰 등 정무적 대응에 매몰된 채 '이슈 선점'에 실패한 셈이다. 이에 따라 8월말 또는 9월초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내 세력간 파워게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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