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기업 한전의 500% 성과급 진실은?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0.07.28 11:48

전기료 인상 원천 차단으로 적자 불가피..한전 "우리도 할말 많아"

"한전이 2조가 넘는 적자가 발생하는데도 직원들에게 천문학적인 성과보상금이 지급되고 있다." (200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의원님, 너무 억울합니다."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원가절감' '경영혁신'의 대가인 김쌍수 한전 사장의 별명은 '쌍칼'이다. 불필요한 낭비요소 등이 눈에 띌 경우 사정없이 칼을 뽑아 들고 대대적인 '혁신활동'에 나선다는 점에서 붙여진 일종의 '훈장'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전의 성과급 지급에 대한 이 같은 지적은 매년 되풀이 되는 '단골 메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과급 잔치' 논란이 불거졌다. 수 조원대의 적자기업이 직원들에게 엄청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한전은 몸살을 겪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고인 'S등급'을 받아 관련 규정에 따라 임직원 1만9000여명에게 기본임금의 5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전 직원들은 지난 6월과 9월, 그리고 12월 등 3회에 걸쳐 성과급을 받게 된다. 성과급 총액은 3600억원~37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500%의 성과급은 기본적으로 6월과 12월에 각각 200%씩, 9월에는 100%가 분할 지급된다. 개인별 평가가 반영되는 9월 성과급의 경우, 평가 성적이 높은 직원은 200%를, 반대로 낮은 직원은 전혀 받지 못할 수 있다. 즉,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급은 400%~600%로 차등화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전이 지난 2분기 기록한 영업 손실이 1조2587억 원으로 적자폭이 전분기 대비 16.6% 늘어났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전체로는 2조3383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일견 '적자기업의 성과급 잔치'로 비춰질 수 있다.


한전 측은 '할 말은 많지만 참는다'는 분위기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가 받는 성과급은 민간기업의 '상여금'과 같은 성격"이라며 "기획재정부가 보수에서 상여금 부분을 분리, 한 해의 경영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한 것으로, 민간의 부수적인 인센티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본래 받아야 할 보수를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는 것일 뿐, '퍼주기' 논란과는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성과급 수준에 대해 한전 측은 "우리가 500%의 성과급 지급을 결정한 것이 아니고, 공공기관 평가를 맡은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정부가 기관평가 및 기관장평가 점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성과급 수준을 결정 한다"고 설명했다.

'적자기업'이란 멍에에 대해서도 내심 할 말이 많다. 한 한전 직원은 "유가급등 등 발전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1년여 동안 전기요금 인상을 차단해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요금구조 하에서 적자를 안 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뼈를 깎는 경영혁신 활동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구조적 적자 요인을 바꾸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 실패, 조직 비효율에 따른 적자가 아닌데도, 무조건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전기요금을 3%대로 올리기로 한 것과 관련, 한전 일각에서는 예상과 달리 우려를 보이고 있다. 전기요금을 올려줬는데, 여전히 적자를 내고 성과급만 챙긴다는 지적이 또 나올 것 같다는 것이다. 한 한전 관계자는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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