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에 곤혹스런 금융위, '희망'에 씁쓸한 금융계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오수현 기자 | 2010.07.27 15:55
'서민금융 업계'가 곤혹스런 표정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고위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강도 높은 서민금융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발언의 상당 부분이 잘못된 정보에 근거했거나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있어 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뾰족한 수 찾기에 나선 금융당국의 속내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업계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처지에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하는 부담이 크다. 정무적 판단에 휩쓸려 자칫 무리한 대책을 내놨다가 시장원리를 무시한 관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큰 탓이다.

◇잇따르는 서민금융 발언= 서민들을 위한 보증부 대출상품인 '햇살론' 출범 기념식이 열린 지난 26일. 축사를 위해 서울 신길동 영등포 농협을 방문한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얼굴은 시종 굳어 있었다. '햇살론'은 미소금융과 더불어 서민금융의 양대 축을 이루는 대출 상품. 금융위가 오랜 준비 끝에 야심차게 내놨는데, 정작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는 별로 없었다.

기자들의 관심은 온통 캐피탈 회사의 대출금리 관련 대책에 쏠려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화곡동 '포스코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해 "대기업이 하는 캐피탈에서 연 40~50% 이자를 받는 게 (사리에) 맞느냐"며 강하게 질타했기 때문이다. 대출을 신청한 정모(42)씨로부터 "이용하고 있는 캐피탈사 대출금리가 연 40~50%"라는 말을 듣고서다. 이날 잇따르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 위원장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업계는 "캐피탈사들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가 다소 지나치다고 판단돼 실태 조사 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금융위의 태도에 불만을 쏟아냈다. 정씨가 언급한 것은 정작 캐피탈사가 아닌 대부업체였던 것으로 밝혀진 탓이다. 특히 캐피탈사의 금리 책정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금융당국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컸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탈사는 원래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 아니냐"며 "수신기능이 없어 회사채 발행 등으로 높은 비용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당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러나 "당장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캐피탈 회사들의 건전성과 수익성, 유동성 등을 재점검해 금리 인하 요인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서도 '과도개입' 지적 = 서민금융과 관련한 대통령의 돌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영세상인 대표가 "카드사들이 재래시장에서 2.4~3.0%까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자 재래시장 수수료율이 쟁점화 됐다. 이 대통령은 "1만 원 단위로 적용되는 곳(백화점)과 동전 단위로 적용되는 곳(재래시장)의 (가맹점 수수료율 책정) 기준이 같아서는 안 된다"며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카드업계는 이미 지난해 초 기존 3.5% 수준이던 재래시장 가맹점 수수료율을 2.0~2.2%로 대폭 인하한 상태였다. 상인 대표의 과장된 발언과 대통령의 지시로 당국은 대책마련에 부산을 떨어야 했다.

정치권의 발언도 업계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서민경제를 위한 관치금융을 아무리 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을 핑계로 서민에게 대출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처럼 금융의 기본적 속성을 무시한 발언은 궁극적으로 서민금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여권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여권 경제통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서민사랑이 지나쳐서 너무 자세하고 단호하게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좋지 못하다"며 "이런 지적이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한테 나오면 공무원들은 무조건 그 방향에 맞춰서 움직이게 돼 있고, 정치논리 내지는 선심 논리로 문제가 풀리기 시작하면 이후 어려운 일이 많이 터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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