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약정, 곳곳서 오작동…채권단-기업 '충돌'

더벨 문병선 기자, 김은정 기자 | 2010.07.27 07:26

[시험대 오른 재무약정①]도입 10여년.. "순기능 간과해선 안돼"-"재점검 필요"

더벨|이 기사는 07월23일(10:2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제 화물여객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묶여 있는 게 신인도 측면에 상당한 불이익이 되고 있다. 항공기 도입을 위해 차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조달 금리에서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의 말이다.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이하 재무약정)이 되레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는 사례다.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은 '은행업감독규정 제79조'에 따라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큰 41개 계열에 포함됐고, 지난해 11월 우여곡절을 거친 후 채권단과 재무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우연인지 약정을 체결하자마자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하는 등 재무약정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해 있는 상태다. 그래서 한진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조기졸업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A그룹 역시 채권단과 재무약정을 2009년초 체결했다. 아직 그룹 전체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지는 못했으나 주력 기업의 경우 이미 작년말 기준 적자 기조를 털고 이익을 내고 있다. 재무약정 덕이라기보다 업황 개선 때문이라는 게 그룹 판단이다.

A그룹 관계자는 "차라리 재무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실적을 거두었을지 모른다.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은 기업에게 양날의 칼이다. 위기 때는 잘 들어맞지만 경기가 나아지고 있을 땐 '족쇄'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대그룹은 아예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13개 은행으로 구성된 현대그룹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신규여신 중단이라는 제재조치를 취하면서까지 압박하고 있으나 현대그룹은 재무약정을 체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재무약정 체결로 이익을 보는 곳이 없다. 기업이 망한다고 가정하는 채권단의 인식이 놀라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모두 재무약정 제도를 둘러싼 채권단과 기업간 갈등 사례다.

'재무약정'이란 부실 징후가 있는 대기업(주채무계열)과 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은행(주채권은행)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자고 맺는 협정을 말한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여신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고 약 10여년간 감독당국이 은행을 이용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도입된지 10여년이 지난 재무약정 제도가 삐걱거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요약하면 △위기때의 제도가 평시엔 맞지 않고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관련 제도를 수정한 적이 없는데다 △은행과 기업, 은행과 감독당국, 감독당국과 기업간 상호 불신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위기 때 재무약정의 위력은 대단했다. 순기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외환위기 뿐 아니라 금융위기 때 부실징후 기업의 관리 및 감시 기능을 수행했다.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위기 극복에 일조했다는 평이다. 감독당국도 어떤 나라보다 앞서 있는 구조조정 제도와 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장 자율에 맡기면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구조조정이 표류하게 된다"며 "재무약정 제도는 실보다 공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게 돼 부실을 미연에 막을 수 있어 안정적인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고 평했다.

실제 성공 사례가 오히려 실패 사례보다 많다. 동부그룹과 동양그룹의 경우 구조조정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순조로운 경영개선이 이뤄지며 내년께 재무약정을 졸업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 때문에 최근의 잡음이 항공·해운업종에 국한된 일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업종 특수성과 개별 업체의 내부 사정 때문에 잡음이 나는 것"이라며 "모든 그룹이 재무약정에 반발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라도 오작동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감독당국도 적지 않게 불편한 눈치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 나타나고 있다"며 "밤잠을 설치며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공이 묻힐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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