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예술가처럼 벌고 천사처럼 써라"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10.07.27 10:50

[2010 당당한 부자=소셜 홀릭]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의 성공경험 나눔활동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개 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

돈을 어떻게 벌든지 일단 많이 벌고 폼 나게 써서 구겨진 명예를 만회하라는 뜻이다. 어쩐지 재물을 모으는 과정에서 어떤 과오를 저지르고 누구를 밟고 올라서는지 눈 질끈 감고 외면해주자는 '관대함'이 읽힌다. 하지만 정승도 모두 같은 정승이 아니다. 쓰는 방법 역시 정승의 됨됨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은 "예술가처럼 벌어서 천사처럼 써야 한다"고 한 걸음 나아간다. 세금 제대로 내고, 부지런하게 내 발로 뛰어서 떳떳하게 벌면 예술가가 부럽지 않단다. 이 남자, 돈을 버는 이유는 "'살아서' 천사처럼 쓰기 위해서"다.

김 회장의 당당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뚝심 대장'이자 '인간 발전기'로 불리는 그의 삶은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오뚝이 정신으로 요약된다.

◇절망에서 발견한 10미터의 힘=2003년 인터넷 검색사이트 다음에 카페 하나가 만들어진다. 주인장은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가 아니라 당시 50대 초반의 김영식 회장이었다.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본인은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고 "나부터 먼저"라는 사고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대한민국이 정말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그래서 본인이 돈을 벌었던 이야기를 본인 카페에 올리겠습니다/맞춤법이 간혹 틀려도 이해 바랍니다/…중략… /1년 11개월 만에 빚 25억원을 다 갚은 이야기 등 카페에 등록을 하시는 분이 많으면 10월 13일부터 띄우겠습니다/

약속대로 김 회장은 2003년 10월13일부터 2010년 7월 현재까지 근 7년동안 자신의 성공노하우를 카페에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올린 성공에 대한 글이 700여 개에 달한다.

부산에서 현금보유액 100등 안에 들었던 거부가 비전문분야로 사업을 넓히다 외환위기로 망했다. 12년 전 얘기다. 밥값 5000원이 없어서 소주 한 병에 600원짜리 소시지로 끼니를 대신했다. 집에 생활비를 보내지 못해 가슴앓이도 많이 했다.

화병으로 건강까지 상했을 땐 가족들의 생계대책이 없이 세상을 뜨게 될게 두려워 없는 돈에 암 보험에 가입하며 울었다. 비가 새는 여관에서 잠을 청하고 두발로 강남역 지하도에서 전단지를 뿌리며 발로 뛰는 세일즈를 했다. 1년11개월 만에 25억원이 넘는 빚을 갚고 5년 만에 강남 역삼동에 천호식품의 사옥을 지었다.

그 때 그 눈물 나게 힘겹던 시절. 포기하지 않고 10미터를 더 뛴 게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김 회장은 그 시절의 일기를 쓰며 다짐한 내용을 다음 뚝심카페에 연재해 4만5000여명의 회원들과 호흡하고 있다. 기댈 언덕 없던 가난한 중년 가장의 재기 스토리로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이 꿈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 회장에게서는 바닥을 경험해본 사람만의 저력과 유머를 잃지 않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의 강연을 듣고 그가 쓴 글을 읽으면서 절망에 빠져있던 어느 젊음이 희망을 본다면 그게 행복이다.

돈을 기부하는 부자보다 개인적인 인생사를 나누고 성공노하우를 알려주는 부자가 젊은이들에겐 더 절실할 수도 있다. '성공의 기운'을 기부하는 셈이다. 완전 밑바닥에서 정상에 다시 올라온 김 회장의 인생역전 스토리는 그의 책 <10미터만 더 뛰어봐!>에 공개돼있다.

◇뚝심 대장의 천사처럼 쓰는 노하우=김 회장의 인세는 출발선에 서 보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응원하려고 만든 '10미터 기금'에 쓰이고 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뚝심카페에서 전국적 규모의 정모를 열고 5명을 선정해 1000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나머지 인세와 강연료 수입 5억원은 출산 장려 캠페인에 지원하고 있다. 셋째 자녀 출산 시 양육비 200만원을 지원하는 캠페인으로 지난해 2월부터 카페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아직 셋째 자녀를 임신하지 않은 국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신청 후 셋째 자녀를 임신해 출산하면 1인당 20만원씩 10개월간 200만원이 지원된다. 현재 전국에서 100여명이 지원금을 받고 있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안 그래도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사업하기 바빴던 김 회장은 부쩍 바빠졌다.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지만 뚝심카페(cafe.daum.net/kys1005) 회원들과의 정기 모임은 빼먹지 않는다. 성공을 기원하고 기를 북돋워주는 '축제의 장'이기 때문이다.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이 지난 4월 열린 다음 뚝심카페 전국모임에서 회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늘도 생각하면 행동으로 지금당장 즉시/희망의 스위치 뚝심대장 김영식/1번 댓글, 음주 전후 숙취에 좋은 헛개나무 열매100%로 만든 헛개나무진액 1박스 나갑니다.' 김영식 회장이 뚝심카페에 글을 올릴 때마다 말미에 따라붙는 말이다. 우수회원들을 초청해 공장을 견학시키고 잔디밭에서 삼겹살도 구워먹는다.

◇"사람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김 회장은 "사업하는 지인들 중에 큰돈은 펑펑 쓰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돈 아끼는 이들이 많다"며 "아낄 때는 아끼고 쓸 때는 멋지게 써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업가'인 그는 기준이나 잣대 없이 무조건 베풀지 않는다.

그는 성공하려면 '간절히' 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에 100킬로미터씩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학습지를 팔고, 사채업자의 집으로 찾아가 5시간 동안 무릎을 꿇어본 그로서는 노력 없이 쉽게 얻으려는 건 직무유기다.

책을 보고 무작정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이들에겐 냉정하게 선을 긋는다. 일회적인 시혜는 말 그대로 이벤트로 끝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예외는 있다. 뚝심카페 회원들과 함께 진행한 '희망의 스위치'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희망의 스위치는 회원들이 본인 자신이 아니라 이웃주민의 딱한 사정을 적어 게시판에 올리면 선정 과정을 거쳐 어려운 이웃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수혜자가 아니지만 내 손을 통해 이웃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나눔의 전파력이 강하다.

<부를 끌어당기는 절대법칙>의 저자 월러스 D. 와틀즈는 '경쟁을 통해 부자 되는 법을 배워선 안 된다. 창조를 통해 부자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밝힌다.

경쟁을 통해 부자가 된 이는 그가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없애 아무도 다시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없게 만들지만, 창조를 통해 부자가 된 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고 그 세계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4만5000여 뚝심 회원들이 김 회장의 글에 웃고 우는 이유를 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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