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MB,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업그레이판(?)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 2010.07.26 08:10

[기자수첩]

"캐피털 회사 이자가 이렇게 비싸요? 사채하고 똑같잖아." "대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많다."

이 발언은 야당의 정부 공격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이다.

그는 대기업 계열 캐피털 금융사 금리에 대해 "30%대도 여전히 고금리"라며 "후속조치로 이자 상황에 대한 일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현금 보유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투자를 안 하니 서민들이 더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던 집권 초와는 사뭇 달라진 발언들이다. 발언뿐만 아니라 정부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런 행보에 대해 정치권은 '서민경제 살리기'로 해석하고 있다. 집권 하반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서민경제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민심 이반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의한 정책 전환이라는 설명이다. 또 금융위기 회복의 온기가 윗목까지는 전달되지 않는 현실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도 발맞춰 서민정책특별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고 당 지도부들은 연일 서민경제를 회복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정운찬 총리 역시 현장을 방문해 서민경제 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행보들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 정부의 기조 전환이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냐는 우려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대기업을 쥐어짜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거래)하라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그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정치권 사찰 등 정부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자 시선을 돌리려고 서민을 들먹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말로만 서민을 찾으면서 실제 정책 내용의 변화는 없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거론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을 서민친화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재보궐 선거용 립서비스'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그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정책을 구체적으로 세워야한다.

서민경제를 활성화시킬 구체적인 정책보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발언이 앞설 때 오해는 점점 커진다. 두루뭉술한 말만으로는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환부를 도려내는 칼이 무디면 멀쩡한 생살까지 잘리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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