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 자금 빌려가세요"…황당 대출 사기 기승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10.07.25 14:57

[명동풍향계]선 수수료만 받고 잠적하는 대출 브로커 주의보

중소기업인들과 서민들을 울리는 대출 사기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대출 브로커들이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돈 빌리기 어려워진 개인과 기업의 절박한 상황을 악용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대출 과정에서 선 수수료를 받아 챙긴 뒤 잠적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록펠러 자금 운운…황당수법=지방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씨(52)는 최근 대출 브로커로 자신을 소개한 한 남자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세계 최대의 석유재벌이자 자선사업재단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 록펠러 가문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결정키로 하고, 낮은 금리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이 남자는 록펠러 자금을 이용하면 연 3% 금리와 수수료 3%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금리가 낮아 처음에는 솔깃했지만 내용이 너무 황당해 결국 대출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록펠러 자금을 운운하는 이 대출 브로커는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주로 수도권 지역 중소기업인들을 접촉하다가 얼마 전부터 지방 기업인들에게도 전화를 돌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명동 사채업자들은 이 같은 대출 알선은 전형적인 사기수법으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사기꾼들이 최근 다시 등장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청와대 비밀요원을 행세하며 거액의 투자자금을 가로챈 일당들이 구속된 사건도 이와 유사한 대출사기 유형이다. 이전까지는 과거 정권의 비자금이나 일본 자금을 저리에 빌려주겠다며 접근하는 사례가 가장 흔했으나, 최근 들어 명망있는 해외기업들의 이름을 들먹이는 수법이 늘고 있다.

명동 관계자는 "이들은 대출 전 수수료를 먼저 지불할 것을 요구한 뒤 수수료를 받으면 곧바로 잠적한다"면서 "최근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이 같은 대출사기꾼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명동 사채시장은 '개점휴업'=이처럼 대출사기꾼들이 다시 등장한 것은 제도권 금융기관은 물론 사채업자들 조차 돈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 사채시장에선 우량 부동산에 대한 담보대출이 소액으로 실시됐지만, 톰보이와 청구의 부도 이후 대출영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사채업자들은 이미 실시한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채권회수를 하는데도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명동에서 돈을 빌린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내림세여서 담보 청산도 쉽지 않다. 이달 초 인상된 기준금리도 자금시장을 경색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돈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기준금리 마저 오르면서 돈 줄이 거의 말랐다"면서 "캐피탈 회사 금리가 사채 못지 않게 높다는 대통령의 질책만 봐도 서민들과 중소기업인들의 자금 마련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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