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 사옥 앞 '생떼시위' 유감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 2010.07.26 08:36
"혹시 차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까."

최근 현대자동차 직원 A씨는 서울 양재동 본사를 방문한 한 북미지역 딜러에게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차량에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버스를 동원해 회사 정문을 가로막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토요타의 대량 리콜사태로 예민해진 해외 딜러 눈에는 현대·기아차 본사 앞 시위가 토요타와 유사한 품질시비로 비쳐진 것이다. A씨는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본사 정문이 버스로 막혀 있는 걸 처음 본 외국인은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기아차의 양재동 본사 사옥은 정상적인 출입이 어려운 상태다. 한동안 대형 버스로 빌딩 전체를 둘러쌓기도 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 5000여명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직원과 해외 딜러 등도 인근 농협 하나로마트와 회사를 잇는 조그만 샛길로 출입을 해야 한다.

이런 '진풍경'은 협력업체 해고자들의 시위로 연출됐다. 기아차는 연봉 6000만원이 넘는 정규직 임금을 지급하는 걸로는 경차 '모닝'의 수지를 맞추기 어렵자 2004년부터 동희오토를 통해 위탁생산하는데, 이 회사 협력업체 해직자 10여명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12일부터 무기한 노숙농성을 하며 기아차에 원청 인정 및 직접 교섭,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생떼시위'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나 관련 업계의 해석이다. 우선 기아차는 동희오토의 대주주가 아니어서 원청 요구를 들어주려고 해도 법상 어렵다고 한다. 또한 복직을 요구한 해고자 가운데 7명의 경우 이미 지방노동위원회 고등법원에서 정당한 해고로 결정된 상태다.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파산 위기까지 겪은 GM은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고, 문을 닫을 것처럼 보이던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에 인수된 뒤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반면 반면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토요타는 품질문제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지금처럼 계속 승승장구 한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하반기 자동차산업 전망은 유럽발 경제위기 등으로 불확실하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메카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글로벌 경쟁회사에만 득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3. 3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4. 4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
  5. 5 '악마의 편집?'…노홍철 비즈니스석 교환 사건 자세히 뜯어보니[팩트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