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땐 혜택인줄 알았더니…이자후불제가 '폭탄'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10.07.24 15:23

대출금리 1%P 오르면 이자비용 720만원 늘어…입주예정자들 '발동동'


- 기준금리 인상 충격파
- 계약자 입주지연 우려


#경기 파주 교하신도시에서 전용면적 120㎡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한천희씨(42·직장인)는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밤잠을 못이룬다. 중도금 이자후불제를 적용받아 초기자금 부담이 덜할 것 같아 계약했지만 입주 때가 다가오니 잔금뿐만 아니라 중도금 이자를 한꺼번에 내야 해서다.

한씨는 "잔금 마련도 걱정인데 따져보니 이사비용, 발코니확장비에 밀린 이자비까지 더하면 4000만~5000만원이 더 든다돲며 돱추가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이자후불제'로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자후불제'란 중도금 대출이자를 잔금과 함께 지급하는 것으로, 이자납입시기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수도권의 경우 중대형 미분양을 털기 위해 이자후불제나 중도금 무이자로 수요자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계약 당시 유리한 조건으로 인식된 이자후불제가 입주예정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값은 떨어진 데 비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는 뛰면서 후불제로 미뤄뒀던 이자가 폭탄으로 돌아와서다.

 최근엔 업체들이 분양률 제고를 위해 계약금을 낮추는 대신 중도금을 높이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 중도금은 전체 분양가의 60% 안팎이다. 분양가가 6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중도금이 60%면 3억6000만원이다.

중도금은 평균 4~6회 정도 나눠내기 때문에 납부시기가 각기 다르지만 평균 2년으로 할 때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오르면 후불제계약에 따라 이자로만 72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즉 연리 5.5%인 경우 이자를 3960만원을 내야 하지만 연리 6.5%로 오르면 이자가 4680만원으로 18.2%나 많아진다.

 수도권의 경우 다음달 입주물량이 이달보다 2000가구 늘어난 18개 단지, 1만2000여가구에 달해 '이자 폭탄' 부메랑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양 용인 파주 동탄 등 대단지 입주가 줄줄이 대기중인 지역의 경우 이자후불제로 계약한 미분양 계약자가 많아 중도금 이자 마련문제가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미입주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계약자 입장에선 중도금 이자부담으로 입주를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실정이다. 자칫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중도금 대출시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섰더라도 최종 부담은 대출 당사자인 계약자가 지므로 이자를 못내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며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으로 지급능력이 없어질 경우 계약자가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를 물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계약자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입주를 거부해 입주가 지연되면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 이때 계약금뿐 아니라 중도금에 대한 이자, 중도금 및 잔금 연체시 그에 따른 연체이자가 붙어 한달에 200만~300만원을 날릴 수 있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자 입주예정단지뿐 아니라 최근 이자후불제로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자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이자가 불어날 걱정 때문이다.

 이자후불제의 중도금 대출은 대부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변동금리로 대출받는 경우가 많아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중도금대출이율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수원에서 분양한 'SK스카이뷰' 계약자는 "84㎡ 로열층을 4억원 초반에 분양받았는데 1차례 금리인상으로 2013년 입주 때 잔금 외에도 중도금 이자후불제에 따른 이자가 20%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금리가 또 오르면 납부이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이자후불제는 '조삼모사'식 마케팅으로 요즘 같은 가격하락기와 금리인상기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의 결과를 가져온다"며 "계약자의 경우 이자후불제 대신 중도금 무이자대출이나 이자대납, 잔금유예조건 등 더 유리한 조건은 없는지 살펴보고 계약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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