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것들의 아름다운 변신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0.07.27 10:18

[머니위크 커버]新넝마주이/ 레몬테라스 주인장 '레테'

#1.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의 박스는 주부들 입장에서도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접어서 집에 두자니 커다란 박스 크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럴때 냉장고 박스로 아이들에게 예쁜 놀이집을 만들어 선물해 주는 건 어떨까?

#2.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제 현관문. 육중한 느낌이 나는 철제문 대신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예쁜 문으로 바꾸면 집안 분위기마저 한층 밝아질 것만 같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쓰는데 불편함이 있는 것도 아닌데, 큰 돈을 들여 문을 교체할 수는 없다는 게 평범한 주부들의 마음. 이럴 때 큰 돈 들이지 않고 현관문을 변신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주변에 버려진 나무 목각 몇개만 있으면 말이다.

회원 수만 해도 120만명. 남들이 버려놓은 쓰레기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알뜰 주부들이 모이는 공간 ‘레몬테라스(http://cafe.naver.com/remonterrace.cafe’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 먹고 난 뒤의 우유각을 모아 소파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이미 낡아서 못입게 된 청바지도 이들에겐 훌륭한 리폼 재료가 된다.

헌물건으로 만들었으니 ‘싼티(?)’가 나지 않겠냐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 카페를 한번만 찬찬히 둘러보고 회원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리폼 사진을 눈으로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걸 진짜 버려진 물건으로 만들었단 말야?”

◆버려진 물건의 화려한 변신! “돈 들일 필요 있나요?”

“만들 때는 값싸게, 보기에는 비싸게!”

7년째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레테’ 황혜경 씨가 홈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다.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의 가구가 없어서” 직접 이것저것 가구나 집안 물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황 씨는 이미 주부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인사다.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그가 직접 만들었던 아이들 책상이며, 책장, 주방 싱크대 등을 하나하나 올리다 보니, 벌써 책 두 권을 엮어낼 만큼의 많은 자료가 모였다. 최근에도 그는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는 홈데코 책을 내고, 홈데코 강사로서도 바쁘게 활동 중이다.

길거리에 버려진 도마를 주워와 만들었다는 고풍스러운 의자에서부터 나무젓가락, 일회용 접시, 나무판자만 있으면 멋들어진 액세서리함이 탄생하기도 한다. 못쓰는 프라이팬을 뒤집고 색칠해 시계로 만들거나, 참치캔에 페인트를 칠하고 예쁜 무늬를 붙여 앙증맞은 화분으로 만들어 놓는 등 재활용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다.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보기에도 쓰레기 같아 보이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겉보기에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니까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직접 시도해 보려고 하는 거 같아요. 우유각으로 만든 소파에 몇번 앉고 말거나, 얼마 못가 우유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될 거면 우유각을 씻어내고 이어 붙이는 수고를 할 이유가 없잖아요. 재료가 무엇이든간에 진짜로 내 마음에 들고 오랫동안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죠.”


카페에는 그가 만든 작품 하나하나 마다 자세한 후기가 따라온다.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마다 사진과 함께 세세한 설명을 붙여놓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의 후기를 읽다보면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간단한 작업만으로 예쁜 나만의 가구를 얻을 수 있다니 “나도 한번 해봐?”라는 생각이 슬금슬금 들기 시작한다.

그는 “실제로 카페에도 나를 따라 이것저것 시도해 봤다는 후기글이 많이 올라온다”며 “막히는 부분에서는 질문을 하기도 하고, 또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더라’는 글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요즘에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손재주가 없는데 할 수 있을까요?’라는 거에요. 그런데 이거 손재주랑 상관 없어요. 하하. 프라이팬 시계도 저는 그냥 페인트칠하고 못쓰는 시계 부품을 떼다가 붙인 게 전부에요. 도마 의자도 이미 도마에 멋스러운 모양이 다 잡혀져 있잖아요. 저는 각목 네 개 잘라서 다리 만들어 붙였는데요. 일단 해보면 하나도 어렵지 않다니까요.”

◆친환경적인데 멋스럽기까지, “손재주 없어도 괜찮아요!"

특히 요즘에는 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도록 기구나 장비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 황씨의 설명. 그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페인트칠 하나 하면 온 집안에 페인트가 다 튀고 정신이 없었다”며 “요즘엔 페인트칠할 때 안 튀게 하는 커버라든지 공구세트 등이 워낙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간단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책을 엮을 때도 그가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이와 같은 정보.

“7년 동안 레몬테라스를 운영하면서 실제로 인테리어 리폼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 역시 많이 커졌다는 걸 느껴요. 제가 제 블로그에 특히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에요. 덕분에 요즘엔 인테리어 공구들도 너무 좋아졌어요. 실제로 ‘주부들에게 더 편한’ 공구 세트를 개발하기 위해 저에게 직접 자문을 구하는 업체 분들도 적지 않고요.”

그래서일까. 초기만 하더라도 레테의 홈데코 작품들이 중심을 이뤘던 카페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레테의 작품을 따라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시도를 하는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인정을 받은 회원들의 글은 ‘명예의 전당’에 따로 모아두고 있기도 하다. 회원들 중 활동이 활발한 이들을 10명 정도 뽑아 따로 모임을 가지며 전문성을 키우는 데도 열심이다.

“버려진 물건이 내 손길을 거쳐 쓸 만한 물건으로 재탄생 할 때의 기쁨을 느껴 본 사람들은 공감할 거에요.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꾸밀 수도 있고 게다가 버려진 물건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에요. 친환경적이니까 가족들 건강에도 더 좋다는 건 덤이고요.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요. 처음엔 호기심에 제 글을 따라 이것저것 작은 것부터 해 보던 분들이, 지금은 흠뻑 빠져서 실제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진출한 분도 계세요.”

그는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카페를 통해 ‘홈 데코 가족 특강’을 모집, 가족들과 함께 간단한 인테리어 소품 제작 법을 가르치는 특강을 열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과 함께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버려진 물건을 이용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환경 교육도 되고, 창의력이나 사고력도 키워줄 수 있으니 교육적 효과도 좋잖아요. 무엇보다 아빠 엄마랑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고요. 단순히 돈을 아껴서 집을 꾸민다는 것보다, 긍정적인 효과들이 너무 많아요.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니까, 아무리 바빠도 가족특강 만큼은 꾸준히 개최하려고 욕심 내고 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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