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해명'에 아나운서 지망 여학생 "곤혹"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 2010.07.22 07:57

"여학생 피해 볼라" 학생들 5시간 고민하다 "진실 밝히자"

‘성희롱 발언’ 사건 발생부터 동석 대학생들 공식 입장 발표까지

강용석 의원 ‘성희롱 발언’ 파문지난 16일 홍익대 입구 고깃집에서 한나라당 강용석(41·서울 마포을) 의원과 연세대 토론 동아리인 YDT(Yonsei Debate Team) 회원 20여 명이 저녁을 먹었다. 강 의원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 토론대회’의 뒤풀이 자리였다. YDT 회원들로 구성된 두 팀이 대회에서 최우수상(2등)과 우수상(3등)을 받았다.

식사는 오후 7시쯤 시작됐고 소주와 맥주를 곁들였다. 강 의원이 술잔을 들고 테이블을 돌며 심사 소회를 밝히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강 의원이 여학생과 남학생이 섞여 있는 한 테이블에서 문제의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이 나왔다.

강 의원은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 하더라”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 청와대를 함께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며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 갔을 것”이라고 했다.

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제보를 받은 본지 기자는 19일 사실 확인을 위해 동아리 회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때까지 저녁에 참석한 모든 학생이 강 의원의 발언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회장이 학생들에게 강 의원의 문제의 발언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시 강 의원과 가까이 앉아 있던 몇몇 회원이 “그런 발언이 있었다”고 확인해 줬다. 학생들은 YDT 지도교수인 김주환(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김 교수는 16일 저녁 자리에 없었다.


20일 오전 본지의 특종 보도로 강 의원의 발언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당시 동석했던 학생들에게 언론사로부터 100여 통의 전화가 왔다. 학생들은 처음 접하는 일에 크게 당황했다. 섣불리 발언하기도 힘들었다. 대부분은 전화를 아예 꺼놨다. 강 의원도 몇몇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과 통화했는데 중앙일보 기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며 본지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해당 여학생은 강 의원에게 그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 여학생은 동료 학생들에게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이날 저녁 한나라당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강 의원의 제명을 결정했다. 강 의원의 사실과 다른 주장, 언론의 취재, 한나라당의 제명 결정이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학생들은 ‘강 의원이 지칭하는 여학생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을 우려했다. 학회의 학생들은 “기자의 전화를 계속 피하는 것도 이상하다.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강 의원과 특별한 관계도 아닌데 마치 그 사람을 옹호하는 듯 보일 수 있어 억울하다”는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결국 학생들은 21일 오전 “오늘 내로 학회 차원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옳다. 개개인의 피해를 줄이고 사건이 명쾌해질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정오쯤부터 학회장과 학생들이 모여 어떤 식으로 입장을 밝힐지 결정하기 위한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는 5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들은 “사실을 명쾌하게 전달하자. 이 일로 피해 보는 학생이 없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오후 5시쯤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로 인해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사실이었음이 확인됐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강 의원의 해명마저 거짓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 글=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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