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지원하는 기업銀, 농민 외면받는 농협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07.21 13:35

[현장클릭]1961년 농업은행에서 분리된 농협과 기업은행, 너무 다른 '49주년'

'APEC 중소기업 지원 금융기관 연차 총회'가 지난 15∼17일까지 3일간 말레이시아에서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선 IBK기업은행이 참석했습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이번 총회에서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했을 때 중소기업을 어떻게 도왔는지 설명했습니다.

기업은행은 금융위기 이후(2008년10월∼2010년4월)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 24조1000억 원의 64.6%인 15조6000억 원을 공급했습니다. 위기 극복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죠. 총회에 참석한 여러 나라 은행의 수장들은 "위기에서 보여준 기업은행의 역할을 모델로 삼겠다"고 다짐했다는 후문입니다.

올해 창립 49주년(8월1일)을 맞는 기업은행은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중소기업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49년 전 기업은행과 한 몸이었다가 분리된 농협은 상황이 다릅니다.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합니다. 1958년 설립된 농업은행이 1961년 농협(7월1일 농업은행과 종합농협이 통합)과 기업은행으로 나뉘면서 이들은 헤어졌습니다.

당시 정부는 빈약한 국내 저축으로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동원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전형적인 금융 억압정책을 구사했죠. 중앙은행과 일반은행 제도 개편을 비롯해 특수은행 신설을 추진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농업은행이 농협과 중소기업은행으로 나눠진 것입니다. 농협과 중소기업은행으로 분리해 줄 테니 각각 농민과 중소기업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이야기죠.

반세기가 흘렀지만 "농협은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 한다"는 평가입니다. 태생이 '조합'이라 구심체가 약해선지 모르겠지만, 맡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갈수록 농민을 위한 역할은 줄었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을 비롯한 각종 금융상품을 취급하며 시중은행 흉내를 낸다는 비판이 들립니다.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신용사업과 경제 사업을 분리한다는 이야긴 20년 전부터 나왔습니다. 농민을 이롭게 한다는 설립 취지는 사라지고 몸집 불리기를 위해 너무나 많은 일을 벌여 감당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 지 오래됐습니다.

농협은 2009년 초 '농협을 농업인에게 돌려 드리기 위한 개혁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그것입니다. 오는 2012년 지주사 전환을 꿈꾸고 있지만 법적인 문제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아 힘들어 보입니다.

기업은행은 몇 년 전부터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금융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환경이 펼쳐질지 모르니 수신 기반을 마련,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는 겁니다. 농협은 농민 지원을 위해 과연 어떤 전략을 세워 실행하고 있을까요?

농협과 기업은행은 내년에 똑같이 창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사람 나이 50세면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죠. 하늘의 뜻을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 이치를 알아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경지를 의미합니다. 농협이 스스로뿐 아니라 농민들 앞에서도 떳떳하게 50주년을 맞을 수 있게 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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