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강용석 파문, '性나라당' 오명 벗으려면

머니투데이 김선주 기자 | 2010.07.20 16:00
"조철봉이 요즘 왜 안 해? 하루에 세 번 하더니 한 번은 해 줘야지. 너무 안 하면 철봉이 아니라 낙지야 낙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007년 1월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모 중앙일간지의 원색적인 연재소설 주인공인 '조철봉'을 거론하며 한 발언이다. 당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며 정권 교체를 염원하던 제1야당 한나라당은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에 발칵 뒤집혔다.

같은 당 최연희 의원은 '국회의원 성희롱 사례'의 단솔 손님이다. 2006년 2월 모 중앙일간지 여기자를 성추행했다가 기소돼 법정까지 갔다. "식당 아주머니인 줄 알았다"는 어처구니없는 해명으로 비난 여론만 키웠다. 선고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은 유지했지만 결국 탈당, 현재 무소속이다.

같은 당 이경재 의원은 국회에서 동료 의원을 성희롱했다. 2003년 12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석을 점거한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남의 집 여자가 느닷없이 우리 집 안방에 와서 드러누워 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얘기"라고 말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성희롱 정치인' 명단에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여대생들에게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줘야 한다"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를 땄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됐다.


강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출당이 언급되고 여·야를 막론하고 비난 여론이 들끓자 정면대응에 나섰다. 사건은 진실 공방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치권에는 불문율이 있다. 여성과 종교는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번 부딪히면 정치 인생 내내 주홍글씨처럼 따라 붙기 때문이다. 한 표에 울고 웃는 정치인 입장에서나 소속 당 입장에서나 마이너스다.

종교계와의 갈등으로 궁지에 몰렸던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한 때 "정치인생이 끝났다"는 평까지 받았다. 전당대회에서 극적으로 회생, 여당의 수장이 됐지만 내상은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6·2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권재창출을 기치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비틀린 성의식에 발목 잡혀 주저앉기에는 갈 길이 멀다. '성(性)나라당'이란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정권재창출이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면 구성원들의 성의식을 차분하게 점검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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